2부 그대가 꽃이라서 26

꽃불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꽃불 松竹 김철이 “불이야!” “어디?” “어디?” 뭇시선이 머문 곳 산등성이 불은 산을 통째 삼키려는데 남녀노소 입질에 오르내리는 건 외마디 환성뿐 누구 하나 불 끌 생각이 없다. 화마는 절정에 이르러 산자락을 타고 오르더니 산골짝 계곡마다 퍼질러 앉아 메아리 인파를 부른다. 꾀꼬리 울고 잔대꽃 푸르게 필 무렵 진달래 꽃불은 생을 다한 깜부기불로 남겠지

개인♡시집 2023.08.06

인생은 하루살이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인생은 하루살이 松竹 김철이 뉘라서 모를쏘냐 금은보화 곡간에 쌓는 기쁨 인생사 소풍 걸음 맨발 벗고 맨몸으로 홀로 왔던 외길이니 나누고 정 베풀어 돌아 돌아 길에 꽃길 삼아 걸어가소 인생 백 년을 산다 해도 아픈 날과 슬픈 날을 뺄셈으로 빼고 나면 성한 날도 기쁜 날도 한순간 물거품인데 하루인들 헛살리까 소풍 온 기념으로 마음 문 자물쇠 끌러 놓고 슬픈 이도 아픈 이도 축복으로 맞이하세 앞앞이 복되어 소나기로 내릴 인생살이 길목에서

개인♡시집 2023.07.30

춘계전쟁(春季戰爭)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춘계전쟁(春季戰爭) 松竹 김철이 벙커 속 초록 신병들이 적군도 없는 전투의 파병을 위해 하나둘 머리를 내밀어 새파란 눈으로 적진을 응시한다. 폭음 없는 폭파는 삼천리 금수강산을 뒤엎고 시절의 패잔병 꽃샘추위 엳아홉 달 작전상 후퇴를 한다. 지하 참호 속에 은폐 중이던 동면 동물들 일제히 승전보를 전하고 얼음 되어 억류당하던 물은 자유 찾아 드넓은 물의 세계로 간다. 또 다른 전선의 승전을 위해 민들레 홀씨 특전병 되어 꽃바람 군 수송기 삼아 돌아오지 못할 정찰을 떠난다.

개인♡시집 2023.07.23

말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말 松竹 김철이 발도 없는 언어 몇 마디 천 리를 간다고 했지만 그 누가 허락했다고 남의 가슴에 왕소금을 뿌렸더냐 쓰레기이야 쏟으면 쓸어 담을 수도 있다지만 말 한마디 잘못 내뱉으면 다시는 쓸어 담지 못하거늘 입방정 그만 떨고 선산 묫자리나 찾기를 네 마음 아프면 내 마음 성하다더냐 말로 입힌 상처, 말로 씻으려 말고 네 살아있는 생명의 양심으로 기워 갚으렴 먼 훗날 네 죽어 저승 갈 적 세 치 혀로 내뱉은 몇 마디 네 말 올가미로 네 영혼마저 살릴 수 없으리

개인♡시집 2023.07.09

천태만상 | 제 4시집_삶의 고해 중에서

천태만상 松竹 김철이 세상사 드넓다 해도 꼴사나운 행세 천지에 널린 채 꼴값을 떨어대니 눈꼬리가 절로 오르락내리락 차라리 삭발하고 폭포 물에 득음이나 하련다 살다 살다 외로울 땐 산새 들새 벗하며 세상을 논하고 맹자를 논하더라도 검은 걸 희다곤 않으리 안주 없어 술 못 마시랴, 술이 뭐 별거더냐? 물이 술이 되고 술이 물이 되는 더러운 인생사 술 걸러 물로 마시겠네 너른 세상사 하루살이 생을 살다 날개를 접더라도 나날이 천태만상 속에 값없이 떠오를 둥근 태양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 보련다

개인♡시집 2023.07.02

오월의 모란꽃 _ 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오월의 모란꽃 松竹 김철이 모란꽃 부귀의 꽃망울 그 꽃망울에 빠진 태양신은 쉴 새 없이 햇살을 부어 쟁인다. 하루 이틀 사흘 태양신 유혹 견디다 못해 모란꽃 꽃신을 곱쳐 신는다. 모란꽃 꽃잎 속에서 사르르 사르르 부어내린 화주 몇 잔으로 이듬해 오월 아슴푸레 향기라도 싫지 않다면 거듭 시절의 여왕 희롱하련다.

개인♡시집 2023.06.25

빈 잔_ 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빈 잔 松竹 김철이 채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비우지 못한 탓에 똥물이 넘쳐흐르누나 개나 소나 장에 가니 똥지게 지고 괜한 허세 부렸더니 갈 날은 코앞인데 노잣돈 한 푼 없네 몇백 년을 살 거라고 밤낮 아옹다옹 살았더니 비 오는 날 빈 지갑 털고 울더라 올 때도 빈손으로 왔으니 갈 때도 빈손으로 가라시는 드높은 천명을 위하여 다짐의 빈 잔 들고 건배!

개인♡시집 2023.06.18

춘설(春說) _ 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춘설(春說) 松竹 김철이 계절의 군화에 밟힌 자국 지천이고 삼천리 금수강산이 지뢰가 터져 뒤집힌 듯, 시절의 흔적이 지나간 대지마다 폭음 없는 폭파로 온통 아수라장이다.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 여린 산천초목은 갖가지 표정으로 푸르고 붉은 기를 들고 자주독립을 선언한다. 국경 없는 전선엔 뽀얀 화약 연기 피어오르고 산과 들에 피는 아지랑이 수신호로 벙커에 은폐 중이던 개구리 도롱뇽 일제히 승전보를 전한다. 세월의 어뢰에 얻어맞은 강과 바다 포로로 억류했던 물을 풀고 물은 자유를 얻고 드넓고 드맑은 물의 세계를 찾아 아래로 흐른다.

개인♡시집 2023.06.11

충국시(忠國詩) _ 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충국시(忠國詩) 松竹 김철이 만백성 신음이 귓전에 맴돌아 골수를 휘날리며 창검을 들려 하니 대창 밭 일어남은 천명의 지엄한 뜻이로다. 민심은 천심이라 마을마다 고을마다 울려 퍼지는 함성에 초야에 묻은 충심 하루살이 몸짓으로 바치려 함이로다 난적을 치기 위해 마음을 쏟고 몸을 써야 함은 백성이면 해야 할 일 산천에 혼을 모으니 새들도 우짖는다. 금수강산 오랑캐 노략질에 잡초가 봉기하니 나라 지키는 일 남녀노소 유별하고 고금이 유별할까.

개인♡시집 2023.06.04

우국충절(憂國忠節) _제 4시집 삶의 고해 중에서

우국충절(憂國忠節) 松竹 김철이 대장부 뜻을 세워 피붙이 두고 살 타고 뼈 탄 본향을 떠나니 죽은 골수 어찌 선영 슬하 묻으리 살아생전 공 못 세우면 죽어서 넋이라도 돌아가지 않으려니 마음 밭 일구는 곳마다 만월 아래 청산일세. 동녘은 동녘이되 왜구들 노략질에 햇살마저 피 흘리고 이내 몸은 사로잡혀오니 손사랫짓 말고 임이여 불러 주오 영혼에서 샘솟듯 우러나는 사회개혁가 우국충절 금산 계곡마다 낮엔 종다리 울음으로 울고 밤엔 소쩍새 울음으로 울련다.

개인♡시집 2023.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