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579

'나 하나 키우기도 벅차다'

'나 하나 키우기도 벅차다' 오랜만에 그녀를 만났다. 우리는 여전히 예민하고 약한 사람들이라서, 만나자마자 각자의 병원 순례기를 읊어대느라 바빴다. 우리는 둘 다 아직 미혼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물었다. "그래도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아?" 사람들은 왜 항상 그런 게 궁금한지 모르겠다. "결혼 안 해? 그래도 아이는 하나 있어야지." "안 외로워? 고양이라도 키우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 이렇게 답을 하곤 한다. "저 하나 키우기에도 벅차서요." - 강세형의《희한한 위로》중에서 - * 나이 찬 미혼 여성들이 자주 접하는 민망한 상황이 있습니다. 결혼에 관한 질문입니다. 요즘에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큰 결례입니다. 서양에서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금기시..

고도원 편지 2021.11.12

텔레파시가 통한다

텔레파시가 통한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텔레파시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직관력과 같은 말이니까요. 텔레파시는 미세하게 조정된 직관력입니다. 텔레파시는 그리스어에서 '먼'을 뜻하는 텔레tele와 '감정' 또는 '지각'을 뜻하는 파시pathy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텔레파시는 마음속 단어 또는 이미지가 소리 없이 전송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 피 호슬리의《말하지 않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중에서 - * 유난히 텔레파시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연인 사이, 부부 사이, 친구 사이... 보지 않아도, 말이 없어도 서로를 읽어냅니다. 순간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생긴 감각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같이 울고 웃으며 쌓아놓은 숱한 마음속 단어가 한순간 직관으로 전달되는 특별한..

고도원 편지 2021.11.11

바티칸의 파벌과 음모

바티칸의 파벌과 음모 바티칸은 성령으로 충만하지만 나름의 파벌과 음모가 있다. 그곳의 관료사회를 떠올리면 가끔 길고, 무겁고, 느린 열차가 생각난다. 기관차에는 교황이 앉아 있고 그 뒤편의 화려한 객차에 교황청의 구성원들이, 그들 뒤에는 사제와 부제와 12억 평신도들이 앉아 있다. - 롤런드 메룰로의《수상한 휴가》중에서 - * 지구상에서 가장 성스럽다는 처소가 바티칸입니다. 그러나 이곳에도 파벌과 음모, 반목과 미움이 없을 리 없습니다. 가장 화목해야 할 가정에도 갈등과 미움, 원망과 다툼이 많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성(聖)과 속(俗)의 중간에서 갈팡질팡합니다. 그 속에서 각자 자기 길을 가는 것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1.10

중년의 인생 제2막 준비

중년의 인생 제2막 준비 중년에 새롭게 2막을 시작한다는 말이 꽤 멋있게 들리겠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현실에서는 40대까지 깊게 파 온 고랑을 빠져나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 "누가 나를 원하는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재출발에 실패했을 경우 대비책은 무엇인가?" 재출발을 고려하는 사람에게는 수많은 질문이 매섭게 날아든다. 그들에겐 진로를 안전하게 바꿀 수 있게 가드레일이 필요하다. - 조너선 라우시의《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중에서 - * 중년에 이르면 누구나 인생 2막을 고려하게 됩니다. 쉽지 않은 길,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어차피 가야 할 재출발의 길입니다. 후반전에 성공한 사람이 진짜 성..

고도원 편지 2021.11.09

'라 마시아'

'라 마시아'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에는 '라 마시아 데 칸 플라네스'가 있다. '라 마시아'는 카탈루냐어로 '농장'이라는 뜻이다. 바르셀로나의 미래를 책임질 유소년들을 길러내는 곳이다. 얼마나 체계적으로 제대로 길러내는지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 불린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라 마시아가 키워냈다. - 박태웅의《눈 떠보니 선진국》중에서 - * 메시뿐 아니라 카를레스 푸욜,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지오 부스케츠, 제라르 피케도 라 마시아 출신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라 마시아가 필요합니다. 미래를 이끌 청소년을 일찍 발굴해 세계적 인물로 키워낼 '농장'! 젊은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재능을 키우고 기량을 뽐내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오늘도..

고도원 편지 2021.11.08

55분, 나머지 5분

55분, 나머지 5분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나에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사용하고 나머지 5분은 그 문제를 푸는 데 쓸 것이다."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 박태웅의《눈 떠보니 선진국》중에서 - * 링컨은 말했습니다. "나에게 나무를 벨 시간이 여덟 시간 주어진다면, 그중 여섯 시간은 도끼를 가는데 쓰겠다." 아인슈타인이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말했다면, 링컨은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큰 문제의식은 큰 해답을 낳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는 피나는 노력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1.05

철면피의 리더

철면피의 리더 철면피의 리더가 등장하면 나라가 몰락하는 건 금방이다. 국민이 불행해진다. 문화가 융성한 국가, 격조 있는 국가의 리더는 염치 있는 리더다. 감성이 풍부한 리더, 얼굴이 얇은 리더를 두는 것은 국민의 복이다. 그런 리더는 잘못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적다. 철면피의 얼굴은 매우 위험하다. 창피를 모르고 인면수심의 행동을 쉽게 저지른다. - 이응석의《자유, 너는 자유다》중에서 - * 중국의 정치 문화에 후흑학(厚黑學)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얼굴이 두텁다'는 뜻이고, 그런 지도자가 중국 역사에 제법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운명이 바뀝니다. 역사를 바꾸는 새로운 도약이 있기도 하고 한순간에 추락하기도 합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리더는 철면피 지도자입..

고도원 편지 2021.11.04

도움 골

도움 골 골을 넣는 사람도 골을 넣도록 도와주는 사람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언제나 도움을 주는 자는 가려져 있다. 조력자가 드러나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 이응석의《자유, 너는 자유다》중에서 - * 골인의 결정적인 찬스는 도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슈팅 찬스가 왔을 때 0.1%라도 옆 선수에게 패스하는 것이 골 성공률이 높다고 판단하는 순간, 옆으로 패스하는 것이 도움입니다. 그 도움으로 멋들어진 골인 장면을 바라보는 재미가 참으로 쏠쏠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1.03

자, 겨울이다!

자, 겨울이다! 겨울 숲의 빈 나뭇가지와 낙엽은 들썩거리는 마음을 쉬게 하고, 하심을 배우게 한다. 겨울 하늘은 눈과 얼음으로 세상을 덮어 시비를 쉬게 하고 겸손을 배우게 한다. 새벽 까만 하늘에 뜬 차고 시린 달빛, 춥고 웅크린 길고 긴 밤, 모두가 내면으로 향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자, 겨울이다. 한 해 마무리이자 시작이다. - 김정묘의 《마음 풍경》 중에서 - * 11월 첫 주,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계절의 순환이 춘하추동(春夏秋冬),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거명되다 보니 겨울이 되면 순환의 끝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아닙니다. 겨울은 시작입니다. 쉼과 채움, 배움과 내면을 키우는 숙성의 시간입니다. 겨울을 잘 보내야 다음 봄에 싱싱한 새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자, 겨울..

고도원 편지 2021.11.02

행복의 7대 요인

행복의 7대 요인 행복의 결정 요인에는 무엇이 포함될까? 대부분은 쉽게 예상 가능한 것들이다. 리처드 레이어드는 7대 요인을 거론한다. "우리의 가족 관계, 우리의 경제 상황, 우리의 일, 우리의 공동체와 친구들, 우리의 건강, 우리의 개인적 자유, 우리의 개인적 가치관. 이 중에 건강과 소득을 제외하면 모두 인간관계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 - 조너선 라우시의《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중에서 - * 행복의 결정 요인이 어찌 7개에 국한될 수 있을까요. 분명 수 만가지 요인이 작용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입니다. '나'도 아니도, '너'도 아니고, '나'와 '너'가 합해지고 '그'와 '그녀'가 더해진 '우리'입니다. 그 '우리'라는 인간관계..

고도원 편지 2021.11.01

발견

발견 눈을 떴을 때 거기 네가 있었다 그냥 별이었다 꽃이었다 반짝임 자체였다 그만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어둠이 되었다 나도 모를 일이다 - 나태주의 시집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에 실린 시 전문 - * 발견이란? 없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해 있었는데 미처 보지 못한 것, 숨겨지고 잠재해 있었던 것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 안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을 매일매일 발견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0.29

길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길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길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길은 종합선물세트다. 책과 선생님과 건강이라는 선물을 무상으로 안긴다. 길이라는 책과, 길이라는 선생님과, 길이라는 건강을 깨닫게 되면 길의 무한성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모든 교육은 경제적인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길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참 교육자를 만나기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길은 언제나 예외다. 길의 위대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돌솔 이응석의 《자유, 너는 자유다》 중에서 - * 같은 길을 걸어도 어제 길이 다르고 오늘 길이 다릅니다. 기분 따라 마음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집니다. 길이 막혔다, 길을 잃었다 싶은데 도리어 새로운 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인생을 길에도 비유합니다. 나그네길, 고생길, 순례길, 도(道)의 길...

고도원 편지 2021.10.28

앉자

앉자 앉자. 고요하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밝아지고, 밝아지면 보인다. 무너질 수 없는 것은 마음뿐이다. 대비심은 이 세상에 내가 온 이상 어떤 것도 부정할 게 없다는 것이다. - 김정묘의 《마음 풍경》 중에서 - * 흥분하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납니다. 몸이 날뛰고 말도 거칠어집니다. 일단 앉아야 합니다. 앉아야 마음을 잡을 수 있고, 마음을 잡아야 자비심도 대비심도 가능합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얼른 앉으세요.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0.27

'거대한 가속'의 시대

'거대한 가속'의 시대 10년 빨리 찾아온 미래를 직시하라. 우리는 시간이 일정한 힘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시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일정하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세월은 더 빨리 흐른다. 아침에는 유치원에 처음 등원하는 아들과 헤어지면서 뽀뽀를 해줬는데, 오후에는 그 아들이 5학년이 되어 집에 돌아오는 식이다. - 스콧 갤러웨이의《거대한 가속》중에서 - *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거대한 가속'을 실감하게 됩니다. '유치원 아이가 반나절 만에 5학년이 되어 돌아온다'는 말이 그저 과정만이 아닙니다. 초등 5학년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머리엔 흰 눈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빨리 흘러도 천천히 걷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아주..

고도원 편지 2021.10.26

겨울 채비

겨울 채비 겨울 채비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나무의 겨울 채비는 낙엽 지는 일로 시작한다. 가지에 무성하던 잎들의 미련을 냉정히 뿌리친다. 때가 되면 지난 계절 생명줄이었던 물을 끊어내는 것이다. 그다음은 농축이다. 몸속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고 버틴다. 그리고 다시는 잎사귀를 달지 않을 것처럼 빈 가지로 겨울을 난다. - 김정묘의 《마음 풍경》 중에서 - *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나무도 사람도 겨울 채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나무의 겨울 채비는 잎을 떨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무성했던 잎들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버리는 것입니다. 빈 가지로 겨울을 나야 얼지 않고 견디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버려야 새봄에 다시 새싹을 낼 수 있음을 나무는 압니다. 빈 가..

고도원 편지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