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392

구십이 넘도록 글을 써야지

구십이 넘도록 글을 써야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내가 글을 써서 한 권의 책이 되어 내 손에 돌아오다니 고르지 못한 생각들이 글이 되어 내 품에 안기다니 앞으로 구십이 넘도록 글을 써야지 비록 받침도 틀리고 글씨도 들쑥날쑥하지만 문우들이 함께하니 아무 걱정이 없다. - 노은문학회가 펴낸《2021 노은문학》에 실린 박명자의 시〈감사1〉전문 - * 글 쓰는 것 나이가 없습니다. 학력도 글재주도 필요 없습니다. 소녀처럼 앳되고 순수한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구십을 넘고 백 살을 넘어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꿈꾸는 것도 나이가 없습니다. 본인이 이루지 않아도 좋습니다. 물려주고 가면 됩니다. 글도 꿈도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1.11

겨울꽃, 고드름

겨울꽃, 고드름 거꾸로 매달려 키우는 저것이 꿈이건 사랑이건 한 번은 땅에 닿아보겠다는 뜨거운 몸짓인데 물도 뜻을 품으면 날이 선다는 것 때로는 추락이 비상이라는 것 누군가의 땅이 누군가에게는 하늘이라는 것 겨울에 태어나야 눈부신 생명도 있다는 것 거꾸로 피어나는 저것이 겨울꽃이라는 것 - 양광모의 시집《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에 실린 시〈고드름 〉전문 - * 고드름. 겨울에 피는 꽃입니다. 한없이 부드럽고 연약한 물방울이 겨울의 강추위와 싸워 이기려고 날카롭게 날을 세워 피운 꽃입니다. 강추위가 없으면 고드름도 없습니다. 사람도 누구나 겨울을 경험합니다. 아프고 괴롭고 슬픈 상처 속에 삽니다. 그럴 적마다 겨울에만 피어나는 고드름을 생각하며 다시금 새로운 비상을 꿈꿉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1.10

한 시간에 2,400보를 걷는 아이

한 시간에 2,400보를 걷는 아이 캐런 애돌프 연구소장은 다년간 아기들을 관찰하며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깊이 있게 연구했다. 12~19개월의 아기들은 매시간 평균 2,400보를 걸으며 축구장 길이의 8배만큼 움직인다. 미국 성인들의 평균 걸음 수보다 더 많은 수치다. 아기들은 뒤뚱거리며 걷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 톰 밴더빌트의《일단 해보기의 기술》중에서 - * '허브나라 농원' 설립자인 이호순 원장은 매일 6km를 1시간씩 10년 넘게 걸었더니 '만병이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걷기가 건강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루에 1만보를 걷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단한 결심과 실천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기야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 열심히 경험한 일입니다. 다만 나이 들면서 게을러..

고도원 편지 2022.01.07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 나이를 먹으니 주책없이 말이 막 나옵니다. 몸이 늙으니 아마도 입도 덩달아 늙어가나 봅니다.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 없이 한 말이 가슴에 꽂힌다니 내 입은 쪼글쪼글해지는 꽃잎, 혼자 제 입술을 가만히 만져 봅니다. - 노은문학회의《2021 노은문학》에 실린 박명자의 시〈비수〉전문 - * 말이 함부로 나오는 것, 나이 지긋한 시인은 겸손하게도 나이 탓, 몸이 늙은 탓으로 돌렸지만 나이 탓이 아닙니다. 몸이 늙어서도 아닙니다. '생각 없이' 입술을 놀리는 버릇 때문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순한 말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은 '비수'를 품고 사는 것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1.06

사랑하는 것과 산다는 것

사랑하는 것과 산다는 것 사랑하는 것과 산다는 것은 서로 다른 별개의 동사가 아니며, 신체의 두 가지 상이한 상태도 아닙니다. 그저 존재의 유일한 힘이자 동일한 힘입니다. 사랑은 반증할 수도 없고 해체될 수도 없습니다. 사랑에는 논증도, 가정도, 추론도 없습니다. 그저 명백함만이 있을 뿐입니다. - 로제 폴 드루아의《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중에서 - * '사랑 없인 난 못 살아'라는 유행가 가사도 있고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와 같다'는 성경 구절도 있습니다. 사랑은 측량할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실체도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 핏줄처럼 흐를 뿐입니다. 핏줄이 마르면 사람은 죽습니다. 살아 있어도 핏기가 없습니다.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살고, 사랑하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

고도원 편지 2022.01.05

초보자의 세계

초보자의 세계 초보자의 세계에 빠질 준비를 마치고 나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초보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아기들이다. 아기는 우렁차게 울며 이 세상에 온다. 아기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날것 그대로의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다. 만약 아기들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톰 밴더빌트의《일단 해보기의 기술》중에서 - * 누구나 초보자의 세계를 통과합니다. 어린아이의 걸음마처럼 어떤 일이든 처음 배우는 초보자의 시절이 있습니다. 넘어지고 깨지고 또 넘어지고 깨지면서 조금씩 초보자의 세계를 벗어납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면 초보자 세계에 빠질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럴 결심과 각오가 있다면 무슨 일이든, 언제든 바로 할 수 있습니..

고도원 편지 2022.01.04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마지막 한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 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할 겁니다. 바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기껏해야 한 시간. 그것이 철학적인 글인지 혹은 다른 종류의 글인지, 시인지 묻지 않는 시간.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그 시간에 나는 글을 쓰겠습니다. - 로제 폴 드루아의《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중에서 - *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 글을 쓰겠다는 저자의 말이 절절히 다가옵니다. 저도 삶의 마지막 날까지 아침편지를 쓰는 것이 소망이고 기도 제목입니다. 다시 새해가 밝았습니다. 내게 남은 삶이 2022년 한 해뿐이라면 그런 마음으로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만큼 간절하게 저도 아침편지를 쓰겠습니다...

고도원 편지 2022.01.03

켜켜이 쌓인 시간들

켜켜이 쌓인 시간들 '반복'과 '지루함'은 동의어가 아니다. 반복은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자리를 더 견고하게 만들 것이며, 어제, 오늘, 내일, 모레, 글피... 켜켜이 쌓인 시간들로 나는 점점 더 단단해질 것이다. 나는 지금, 무르익기 위한 축적의 시간을 지나는 중이다. - 박지연의《안아줄게요》중에서 - * 2021년 마지막 날, 또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2년 동안에 걸친 코로나로 전대미문의 어둔 터널에 갇힌 채로 켜켜이 쌓인 반복과 지루함의 시간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단단해졌고, 더욱 견고히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2.31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닙니다'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닙니다' 평생학습 도시, 교육 도시 오산으로 소문이 나면서 담당자들에게 온갖 제안이 쏟아졌다. 담당자들은 늘 겸손했다.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닙니다." 우리 직원들은 시민들의 의견을 늘 귀 기울여 들었다. 내가 처음 오산에서 교육에 집중하겠다고 했을 때, 당신이 전문가도 아니고, 교육감도 아니고, 교육부 장관도 아니면서, 무슨 우리가 실험 대상이냐고 대놓고 호통치던 교직원에게 나는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 곽상욱의《세상에서 가장 넓은 학교》중에서 - * 곽상욱 오산 시장. 오산을 '교육 도시'로 자리매김한 주인공입니다. 교육 전문가가 아니지만 의지, 열정, 사명감으로 이룬 성취입니다. 아침편지를 쓰는 저도 교육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러나 '깊은산속 옹달샘'을 유례없는 획기적..

고도원 편지 2021.12.30

아빠가 우는 모습

아빠가 우는 모습 나는 아빠가 서럽게 우시는 모습을 17살 때 처음 봤다. 아빠는 여동생인 전주 고모와 얘기를 하시다가 참고 있던 울음을 토해내셨다. 아빠 옆에서 잠들었던 난 화들짝 놀라서 깼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아빠를 하염없이 울게 만든 주인공이 엄마였다는 거다. 평소에 엄마에게 애정보다 잔소리와 무덤덤함으로 일관하시던 아빠여서 그 떨리는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이은미의《유쾌한 랄라씨, 엉뚱한 네가 좋아》중에서 - * 시골 교회 목사였던 저의 아버지도 이따금 우셨습니다. 교회 기도실 근처를 지나노라면 아버지께서 꺼억꺼억 울음을 토해내는 소리를 듣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버지가 왜 우셨는지 그때는 잘 몰랐으나 이제는 압니다. 저도 아버지가 되어 있고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 ..

고도원 편지 2021.12.29

세계적인 음악학교의 '괜찮은 모토'

세계적인 음악학교의 '괜찮은 모토' "새로운 곡을 창조할 수 없다면 그냥 연주만 해라. 연주를 할 수 없다면 누군가를 가르쳐라." 이는 내가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누군가를 가르치기 시작했던 이스트만 음악학교 같은 음악학교들의 모토다. - 크레이그 라이트의《히든 해빗》중에서 - * 작곡가, 연주자, 지도자. 모두가 다 중요하고 다 필요합니다. 자신의 재능과 특기가 창조 쪽인지, 연주 쪽인지, 가르치는 교사나 지도자 쪽인지에 따라 그 역할이 나뉠 뿐입니다. 다만 '창조자가 아니면 연주자가 되고, 연주자가 아니면 지도자가 되라'는 말은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 적용해도 좋을 괜찮은 모토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2.28

일당백

일당백 하나가 하나인가. 한 사람이라고 똑같은 한 사람이 아니다. 일당백. 어떤 사람은 한 사람이 백 사람의 일을 한다. 한 개라고 똑같은 한 개가 아니다. 작고 크고, 가볍고 무겁고, 낮고 높고, 얕고 깊고, 한 개라도 천 가지의 다양함이 있다. 하나의 결과가 하나의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다. 복합적 상호작용. 여러 보이지 않는 수많은 원인이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 박영신의《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중에서 - * 한 사람의 발명가가 세상을 바꿉니다. 한 사람의 좋은 지도자가 세상을 바꿉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뒤따르며 과학을 발전시키고 산업을 일으킵니다. 한 사람이 그 한 사람에 머물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울려 복합적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고도원 편지 2021.12.27

'저분이 왜 저렇게 되었을까?'

'저분이 왜 저렇게 되었을까?' 그렇습니다. 누구나 삶을 살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저분이 참 좋은 분이었는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살며시 드는 안타까운 때가 있을 겁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어느 순간 성찰을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성찰에는 절대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어서도 안 되고요. - 이문수의《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중에서 - * 사람을 대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더러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한 모습을 보게 될 때입니다. 좋은 쪽으로 변화라면 다행인데 너무도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경우 크게 놀라게 됩니다. 그런 모습은 자기관리 실패를 뜻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성찰은 사람을 아름답게 변화시킵..

고도원 편지 2021.12.24

물고기 비늘

물고기 비늘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 김승섭의《아픔이 길이 되려면》중에서 - * 물고기는 물 없이 못 삽니다. 강과 바다가 있어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인간도 사회라는 바닷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 몸과 마음과 영혼에 물고기 비늘처럼 딱지가 생깁니다. 돌멩이보다 더 단단히 달라붙은 그 딱지가 사실은 시간이 새겨준 삶의 훈장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12.23

그 '좋은 말'을 어떻게 찾았을까?

그 '좋은 말'을 어떻게 찾았을까? 당신을 위로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 위로하는 좋은 말들처럼 평탄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인생 역시 어려움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더 뒤처져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좋은 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중에서 - * 위로하는 말은 좋은 말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험한 말로 남을 위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 좋은 말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그도 언젠가 힘들고, 외롭고, 슬플 때 누군가로부터 받은 위로의 말에 힘을 얻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기 쉽습니다. 걱정 근심 없는 사람 없습니다. 고통과 슬픔은 언제나 삶의 동반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시(詩)가..

고도원 편지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