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기적
김현 마태오 신부님(효광원 원장)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이야기합니다. 여러 고을에서 예수님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아마도 예수님을 따라나선 사람들은 병들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 그들 마음 안에 있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고통을 보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그대로 돌려보내지 않으시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그 자리에 모인 수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이는 오늘 제1독서에 나오는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라는 말씀을 그대로 이루어주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선포한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라는 말씀이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생활하고 있는 효광원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지 체험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 중 범죄를 저질러 효광원에 입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입소하는 아이 대부분은 그동안 자신이 경험한 어른에 대한 실망감 때문인지, 날이 바짝 선 경계의 눈빛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를 볼 때마다 ‘이 아이는 사회와 가정에서, 또 부모에게서 어떤 상처와 아픔을 받았기에 이런 눈빛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안쓰러움이 먼저 들게 됩니다. 이런 아이를 보게 되면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 나오는 것처럼, 다양한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당신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을 이런 마음으로 보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는 효광원에서 지내면서 규칙적인 생활과 여러 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며 잘못된 자기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켜 나갑니다. 더불어 자신이 그동안 경험한 것과는 달리,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으로 대해주는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아이의 눈빛은 그 또래 아이들이 가진 순진하고 착한 눈빛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 변화는 눈빛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이 찌고 키가 자라며, 더 나아가 행동의 변화로까지 이어집니다.
저는 아이에게서 드러난 이 변화가 주님께서 효광원을 통해 이뤄주신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적은 드라마틱한 마술쇼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빵과 물고기 안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에서 기적이 시작되는 것이고, 그 사랑을 전달하는 제자들을 통해 기적은 세상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 오늘 복음 속 제자들처럼, 누군가에게는 그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내미는 작은 관심과 사랑의 손길 하나 하나가 또 다른 기적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는 결코 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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