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시간, 하느님의 방법
김현웅 바오로 신부님(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 서는 배를 타시고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마태 14,13 참조)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 장소는 ‘외딴곳’이었고, 그곳에 서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 굶주리 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군중은 왜 외딴곳으로 갔을까요?
“여러 고을에서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마 태 14,13 참조) 군중은 예수님을 뵙고 말씀을 듣고자 몰려들 었습니다. 예수님이나 제자들이 억지로 끌고 온 것이 아 니라, 자발적으로 그곳으로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 님께는 군중의 배고픔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것이죠. 게다 가 군중이 빵을 달라고 시위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먼저 조르지도 않았고 당신에게 아 무 책임이 없으면서도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간의 기적은 누군가가 예수님을 찾아와 간절하게 부 탁하여,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일으키신 것이었습니다. 반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군중에게는 딱히 믿음이랄 것 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배고픔을 걱 정하셨고, 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런데 과연 군중에게 는 아무런 믿음도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 의 소식을 듣고도 “그 외딴곳까지 갈 필요가 있어?” 하며 고을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외딴곳에 왔지만 배고픔 때문에 돌아간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곳에 남아 있던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입니다. 군중은 그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자 자발적 으로 길을 나선 것뿐이며, 끝까지 예수님과 함께 남아 있 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인정해 주셨고,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빵 의 기적을 거부하셨지만, 굶주리는 군중을 위해서는 기꺼 이 빵의 기적을 행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 습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 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 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2-33)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 알고 계십니다. 다만 ‘하느님의 시간, 하느님의 방법’을 기다리 는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농담이 있죠.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내가 원 하는 시간, 내가 원하는 방법을 하느님께 강요하는 대신 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 법으로 베풀어주실 그 은총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뭐 그렇게까지….” 하며 안주하고픈 마음, “그만 돌아갈 까….” 하며 포기하고픈 마음들을 이겨내는 믿음 안에서 ‘하느님의 시간’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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