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가정 안에서의 환대 | 부부 갈등_01 남편의 외도

松竹/김철이 2026. 6. 11. 17:40

가정 안에서의 환대 | 부부 갈등_01 남편의 외도

 

 

남편의 외도는 아내를 분노와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배신감은 단순한 감 정적 상처를 넘어 신체적 건강 문제로까지 번졌고, 아내에게 이혼은 생존을 위 한 유일한 선택지처럼 느껴졌다. 

 

이혼 통보를 받고서야 남편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다. 일시적인 판단 착오였 을 뿐, 가족을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 했지만, 아내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남편은 결심했다. 십 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일상은 생각보다 훨 씬 가혹했다. 차갑게 식어버린 아내의 태도, 어떤 시도에도 돌아오지 않는 반응, 집 안에서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 모든 것을 감당하겠노라 다짐했 지만,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솟구치는 수치심과 죄책감이었다. ‘과연 우리 가족은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이 물음이 그를 무너뜨렸고, 결국 그는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상담에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원가족에서의 성장, 청년 시절의 꿈, 아 내와의 첫 만남, 결혼, 자녀의 탄생, 사업의 성공까지. 외도 이전까지 그의 삶은 대체로 순탄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번창하고 경제적 풍요가 찾아오자, 그 에게 미묘한 균열이 생겨났다. 삶에 대한 자만심,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착각. 물질적 성공은 윤리와 자기 절제의 경계를 서서히 흐릿하게 만들었고, 일 회성 외도는 ‘그리 큰 잘못은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며 합리화시켰다.

 

그를 정신 차리게 한 것은 무너져 내리는 아내의 모습이었다. 뒤늦은 각성이었 지만, 각성이 곧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마땅한 감정이었다. 게다가 그 감정들이 그를 무너뜨리는 한, 관계 회복은 요원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다. 내러티브 치 료(Narrative Therapy; 문제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바꾸는 치료)의 관점에서는 같은 사건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힘을 갖는다. 우리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그 사건에 ‘고마움’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외도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사건을 ‘아내에게 대가 없이 잘해 줄 수 있는 영구적인 이유를 제공한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아내의 냉 랭한 반응도, 무시도 이제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아내는 배신의 고통을 표현 할 뿐이고, 남편은 아내의 그 상처를 묵묵히 위로하면 된다는 생각이 그를 한결 자유롭게 했다.

 

남편의 노력이 오랫동안 계속되자, 부부의 삶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역설 적이게도, 그 사건을 고마워하기로 하자 오히려 그 사건이 그를 덜 괴롭혔다. 아 내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남편의 절망감과 우울감이 머무는 시간도 눈에 띄 게 줄었다. 같은 사건이었지만, 그것에 부여한 의미가 달라지자 삶의 궤적이 서 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