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고리 기도 -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우리들의 여정

松竹/김철이 2026. 5. 25. 17:30

고리 기도 -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우리들의 여정

 

 

‘축성생활의 해’였던 2025년을 보내고 2026년을 맞 이한 지금, 제 마음에 가장 깊이 남은 것은 거창한 행사 가 아닌 ‘고리 기도’라는 침묵의 연대입니다. 49개나 되 는 광주대교구 내 모든 수도회가 매주 서로의 이름을 불 러주며 이어간 기도의 촛불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우 리를 하나로 묶어주었습니다.

 

지난 2024년 겨울, 우리는 “가난한 이가 바로 우리 주님이십니다.”라고 고백하는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 회’를 위해 첫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기도의 방식은 각 수도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그 흐름은 같았습 니다. 각 공동체가 매주 정해진 똑같은 주간에, 수도회 의 이름을 정성껏 호명하고, 그들이 헌신하는 사도직 현 장을 간략히 소개한 뒤 수도회의 모토를 함께 낭독하고 주모경으로 마무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매주 새롭게 펼쳐지는 이 기도 시간마다 저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나에게 영혼을 달라.” 하고 외치는 살레시 오회 형제들의 열정,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 니다.”라며 이주민들과 취약 계층 청년들을 품는 글라렛 선교 수도회의 투신… 이렇게 수도회들의 모토를 매주 마주할 때마다, 저는 우리가 각기 다른 카리스마의 옷을 입고 있지만 결국 동일한 하느님을 향해 타오르는 존재 임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우리 ‘맨발 가르멜 남자 수도회’의 순서였던 2025년 2월 23일 주간은 잊을 수 없습니다. 교구의 모 든 수도자가 우리의 모토인 “저는 만군의 주 하느님을 위하여 열정에 불타고 있습니다.”라는 엘리야 예언자의 고백을 함께 읊조려 준다는 사실은 큰 전율이었습니다. 누군가 판단 없이 나의 지향을 봉헌해 준다는 사실만으 로도 수도 생활의 고단함이 씻겨 내려가는, 진정한 ‘동 반’의 체험이었습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깊은 공감을 갈망합니다. 사도직 현장이든 관상의 담장 안이든, 치열한 삶 속에서 마주하 는 내면의 빈터를 이번 고리 기도가 채워주었습니다. 문 제 해결이 아닌, 그저 기도로 ‘함께 있어 주는 것’의 위대 한 힘을 체험한 것입니다. ‘축성생활의 해’는 저물었지 만, 우리가 엮어낸 이 보이지 않는 기도의 끈은 2026년 에도 여전히 팽팽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갈망은 끝이 없기에, 이 따뜻 한 기도의 고리는 이제 수도원을 넘어 평신도와 온 교회 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연대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혼자가 아님을 확인합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는 영원한 동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