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길 잃어도 괜찮다. 나랑 여기서 같이 자자

松竹/김철이 2026. 5. 14. 16:00

길 잃어도 괜찮다나랑 여기서 같이 자자

 

 

오늘 복음 말씀은 성령 곧 ‘우리의 보호자’를 보내주겠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고 약속하십니다.

 

보호자나 가이드 없이 길을 잃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1990년 아직 휴대폰이 없던 대학생 시절, 여자 후배들까지 포함해서 대여섯 명이 북한산 을 가려고 오후 1시에 모였습니다. 저는 북한산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서 등산로를 잘 안다고 자신했습니다. 어차피 조금 올라갔다 금방 내려올 거니까, 차분하게 파전에 막걸 리를 한 잔 마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재밌게 놀다 보니 산행을 늦게 시작했습니다. 시작이 늦다 보니 중간쯤 올라갔는데 날 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만 내려가기로 했는데, 거의 다 내려온 것 같은데, 날이 생각보다 빨리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철렁하고 무서웠습니다. 더구나 후배들에게 술 먹고 가자고 하다가 늦어져,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무섭고, 책임 감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 때, 월남참전 용사였던 제 고등학교 교련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밤에 길을 잃었을 때, 자세를 낮추면 땅이 하얗게 보인다는 말씀이었습니 다. 그래서 자세를 낮췄는데, 말씀과 달리 하나도 안 보이고 깜깜했습니다. 처음보다 더 낙담했고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가야금 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근처 한정식집에서 흘러나온 소리 같았습니다. 그 소리와 빛을 따라 무사히 산을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제 부끄러운 옛날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험 에 빠뜨릴 뻔했습니다. 나쁜 보호자요, 무책임한 안내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그렇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유혹에서 보호하시고 악에서 지켜주시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십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해주십니다. 또 성령께서는 우리가 기도할 때 예 수님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십니다.

 

저는 최근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마태오복음 8장 20절, “여우들도 굴이 있 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라는 말 씀으로 기도했습니다. 평소 그런가 보다 하던 성경 말씀이 그날은 달랐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끝이 없는 황무지에서 저는 길을 잃었습니다. 두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먼지를 뒤덮어 쓴 지친 기색에 제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예수님께서 머리를 돌베개에 베고, 두 눈을 감고 미소를 띈 모습으로 누워계셨습니다. 그 부드러운 표정과 따스함으로 제게 말씀하십니다.

 

“건태야, 길 잃어버려도 괜찮다. 오늘은 날이 어두웠으니 여기서 나랑 같이 자자.”

 

그 기도 덕분이었을까, 어려운 일은 고비를 잘 넘겼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버 려두지 않으시고, 예수님께 인도해 주시는 좋은 보호자요 안내인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하루를 보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