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말씀사탕에 담긴 대답

松竹/김철이 2026. 4. 30. 16:31

말씀사탕에 담긴 대답

 

 

성체를 모시러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어요. 햇빛이 성당 창을 타고 쏟아져 내려와 바닥 을 하얗게 적시던 그날이었지요. 구유 안에 조용히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다 가, 아무 예고도 없이 마음속에서 문장들이 톡 하고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아, 행복하다.’ , ‘아, 하느님이 이렇게까지 나를 축복해 주시는구나.’ , ‘감사하다.’

그 생각이 얼마나 선명했던지, 마치 햇살이 마음 안쪽까지 직접 들어온 것 같았어요. 영 성체 후 묵상 시간에 저는 하느님께 이렇게 여쭈었지요. “하느님, 저를 왜 이렇게 예뻐해 주세요? 제가 그렇게 좋으세요? 사랑하시니까… 그러신 거죠?” 괜히 혼자 빙긋 웃으면 서요. 마치 아주 친한 분에게 장난스레 묻듯이요.

 

봉헌 시간에 받은 말씀사탕을 꺼내 보았어요. 그런데 세상에, 그 종이에 이렇게 적혀 있 지 뭐예요.

“네가 나의 눈에 값지고 소중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이사 43,4) 순간 정말로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깜짝 놀라며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고 해야 할 까요. 혹시 영혼에도 세포가 있다면, 그 세포마다 꿀 같은 사랑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었어요. 오늘도, 이렇게 하느님과의 사랑스러운 기억 하나를 조심히 영혼 속에 눌러 담 았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살짝 덧붙였지요.

“감사합니다… 보다는 ‘사랑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며칠 뒤, 서울대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매년 한 번 정기검진을 받으러 가는 곳인 데, 연초에 가게 되면 꼭 병원 안 성당에 들러 하느님께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마음속 이야기도 털어놓곤 하지요. 그날은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조금 소란스러웠어요. 조용히 앉아 긴 대화를 나눌 분위기는 아니었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하느님, 오늘은 오래 머물 수가 없어요. 대신… 짧게 인사만 드릴게요.”

마음속으로, ‘사랑해요. 사랑해요…’ 라고 열 번쯤은 외쳤을 거예요. 그러고 나서 살짝 머쓱해져서 덧붙였지요.

“너무 감사해서요. 그래서 자꾸 ‘사랑해요.’ 라는 말만 하게 돼요. 조금… 아이 같을까 요? 하느님, 그냥 어린 딸이 재롱 부린다고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 성당 뒷편에도 늘 말씀사탕이 놓여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역시나였어요. 꺼내 본 종 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거든요.

“그분은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이십니다.”(2코린 1,3)

아니, 정말로요, 또 이렇게 대답을 들려주시다니요. 요즘 들어서는 하느님과의 이 사랑 이 더 자주, 더 크게 마음속에 넘쳐흐르는 것 같아요. 사랑에 빠지면 괜히 여기저기 자 랑하고 싶어진다잖아요. 맞아요. 이번 주는 제 차례였어요. 이 놀라운 사랑 이야기를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육신의 나이도, 하늘나라 나이도 하느님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겠지요. 유치할수록 더 사랑은 깊어지니까요. 그래서 용기 내어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