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다수를 따라 악을 저질러서는 안되며,"
나는 새벽배송이나 음식배달앱을 사용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중의 하나였다. 플랫폼 서 비스가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를 보장하지 않을 게 뻔했다. 초창기에 배달노동자들은 뉴스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부업으로 새벽배송을 하며 운동도 되고 돈도 번다.”라고 했지만, 나 는 그 이면에 휴식의 상실과 노동의 착취가 있다고 보았다. 친구들의 ‘고지식’하다는 놀림에 도 굴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던 플랫폼 서비스였다. 그러나 결혼과 임신이 좋은 핑계가 되었 다. 남편은 배달음식에 익숙했고, 나는 임신 후 요리가 힘들어지면서 배달음식에 대한 경계 를 늦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편이 직접 주문하는 음식을 함께 먹다가, 내가 남편 계정으 로 주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집 앞 죽집이 배달앱으로만 결제를 받는다기에 어쩔 수 없 이 다운로드 받다보니 앱을 사용하게 되었고, 내가 비판하던 플랫폼의 사용자로 나 역시 편 입되었다.
나는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경계를 늦추고 취했던 편리함을 돌아보 게 되었다. 책에서는 구조적으로 가난이 가난을 재생산하며, 투명하지 못한 비인간적인 AI의 통제 아래 배달노동자가 놓여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나의 제부는 배달노동자이 다. 그가 배달노동으로 하루 16만 원을 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단순히 높은 시급이라 여겼 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깨달았다. 배달비가 건당 3,500원이라면, 제부는 한 시간 안에 5.7건의 배달을 해야 한다. 즉, 10분마다 음식점에서 배달할 음식을 받고 목적지 에 배달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시간당 여러 건의 픽업과 배달을 소화해야 하는 고강도 노동 이며,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배달노동자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서도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 고용보험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 멋모르 고 돈 벌러 달려든 미성년자들에게 사고라도 나는 경우에 생기는 비극은 더욱 가혹하다.
또한 익명성 속에서 사용자, 노동자, 상담원 모두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지는 모습도 드러난다. 익명의 사용자와 익명의 배달노동자 그들을 연결하는 AI와 익명의 상담원 을 통해 공감능력이나 죄의식을 상실한 인간의 모습을 본다. 플랫폼 서비스를 위해 일 하는 건 모두 사람들인데, 익명성을 통해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들의 고통 에 대해 점점 무뎌지게 하기도 한다. (본문에서)
독후감 공모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고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그동안 안 쓰려고 노력해왔던 플랫폼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착취적 구조에 참여하고 있었 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성서백주간 모임에서 한 자매님께서 “너희는 다수 를 따라 악을 저질러서는 안되며,” (탈출 23,2) 묵상을 나누어주셨다. 묵상 내용을 들으며 머 리를 ‘띵!’ 하고 맞은 것처럼 느꼈다. 편리함을 이유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다수의 흐름에 휩쓸린 나를 본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게 세상의 시선으로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기왕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거, 조금은 불편해도 오늘부터 안 쓰는 삶을 살아보기로 다짐해 본다. 이러한 작은 실천을 매일 하다보면 하느님 보시기에 조 금은 더 좋은 모습으로 사회가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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