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오늘도 너의 작은 마음에 내가 닿기를” | 김건우 하상바오로 신부님(장덕동 본당)

松竹/김철이 2026. 5. 31. 10:00

“오늘도 너의 작은 마음에 내가 닿기를” 

 

                                                                             김건우 하상바오로 신부님(장덕동 본당) 

 

 

오늘 우리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 일을 지내며 쉽게 다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신비 앞에 서 있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 셋 이면서 하나이신 이 신비를 두고 우리는 늘 어렵 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은 우리가 이 신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크신 하느님께서 이렇게 작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시 기 위해 당신 자신을 낮추시는 일인지도 모릅니 다. 우리의 짧은 언어로도 알아들을 수 있게, 우 리의 좁은 마음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느님 께서는 당신 사랑을 우리의 작은 틀에 맞춰 오십 니다.

 

사실 우리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쉽지 않 습니다. 내 마음에 맞는 사람 하나 품는 것도 버 겁고, 상처 준 사람은 쉽게 밀어냅니다. 우리의 사랑은 금세 한계에 닿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요한 3,16)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모두 를 품으시고, 모두를 살리십니다. 참된 사랑은 멀어져야 할 이유가 아무리 많아도 끝내 가까이 다가갈 길을 찾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하 나의 큰 사랑을 우리의 작은 마음에도 담길 수 있도록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가까이 오십니 다.

 

이렇듯 하느님께서는 멀리 계신 사랑으로만 남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사랑이 되 어 걸어오셨고, 마침내 우리 안에서 숨 쉬는 사 랑으로 머무르십니다. 하늘에만 계신 분으로 머 물지 않으시고, 인간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시 며, 우리의 가장 깊은 자리까지 내려오십니다. 삼위일체는 어려운 계산이 아니라, 한 사람도 놓 치지 않으시려는 하느님의 포기 없는 사랑입니 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삼위일체 의 신비를 완벽히 풀어낼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해보다 받아들임입니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도 기꺼이 낮아지시는 하느님을 믿는 일 입니다. 그러니 내가 여전히 작고 닫혀 있어도 그 좁은 틈으로 스며드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해 봅시다. 이미 당신을 낮추신 분께 서 들어가시기에 너무 작은 곳은 없습니다.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요한 14,23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