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 이용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도안동 주임)

松竹/김철이 2026. 3. 30. 10:00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이용수 대건안드레아 신부님(도안동 주임)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 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 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 를 팔아넘길 것이다.”라 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 을 들은 제자들은 크게 놀라며 하나씩 묻기 시작 합니다. “주님, 저는 아 니겠지요?”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바라며 두려운 마음으로 묻는 것 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이미 예수님을 팔아넘길 계획을 세운 유다도 있었습니다. 유다 역시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예수님께 묻습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유다는 어떤 마음으로 이 말을 했을까요?

 

예수님께서 혹시 자신의 계획을 알고 계신지 떠보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다른 제자들 사이에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아닌 척 연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이 벌인 일을 예수님께서 알아차리셨을까 두려워하면서도, 설마 예수님께서 아시겠느냐는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유다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는 아니겠지요?”라는 말속에는 “저는 그런 배신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곧 “저는 주님을 배신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유다에게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너다.”라고 단정적으로 드러내지 않으십니다. 대신 유다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십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곧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 그 말대로 살아라.”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유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가 당신을 배신할 것을 알고 계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십니다.

 

이 말씀은 사실 오늘 우리에게도 주어지는 말씀입니다. 우리 역시 신앙 안에서 여러 번 다짐합니다. “주님, 더 잘 살겠습니다.” “주님 말씀대로 살겠습니다.” “죄를 멀리하고 바르게 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늘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는 약하기 때문에 때로 넘어지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다시 돌아와 주님 앞에서 마음을 고백하고 새롭게 결심할 때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네가 고백한 그 말대로 살아가라고, 네가 다짐한 그 길을 다시 걸어가라고 우리를 격려하십니다.

 

신앙생활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주님께 돌아오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드린 그 다짐을 기억하며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우리가 주님께 고백한 그 말대로, 주님을 따르며 빛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하며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주님께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끝까지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듯이, 우리도 끝까지 주님의 길을 따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