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드라마
김진조 베드로 신부님(북면 본당)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성주간의 문을 여는 주님 수난 성 지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이 거룩한 주간 동안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드러내는 전례에 참여해서 주님의 사랑을 온몸으로 체험합시다.
세계적으로 K-드라마가 인기가 치솟고 있는데 교 회에도 가장 인기가 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기쁨과 그분의 수난을 기억하는 슬픔이 교차하는 구원 역사의 정점인 하 느님의 드라마입니다.
현대의 위대한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살은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한 편의 ‘신학적 드라마 (Theodrama)’라고 불렀습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하느님이시고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무대는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입니다.
이 신학적 드라마에서 갈등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절정 단계는 바로 오늘 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등장인물을 보면 예수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동시에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겉옷을 깔며 환호하던 군중,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 스승을 팔아넘긴 유다,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한 베드로, 수석 사제들, 바리사이들, 율법 학 자들, 사형선고를 내린 빌라도, 키레네 사람 시몬,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 군인들, 경비병 등. 우리도 이 드라마의 무대 위에서 하나 의 역할을 맡아 수행하고 있는 배우들이라고 생각 합니다. 나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과거에 어떤 배역 을 맡았는가? 현재에 어떤 배역을 맡고 있는가? 미래에 어떤 배역을 맡을 것인가?”
발타살이 말하는 이 드라마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배역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원래 죄의 대가로 고통받고 십자가 형벌로 죽어야 할 배역은 바로 우리 인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이신 하느님께서는 놀 라운 결정을 내리십니다. 당신의 외아들을 무대 위로 보내시어,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죄인의 배역을 대신 맡게 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위 대한 사랑의 신비입니다.
비록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죽음과 무덤 안치로 끝나지만 우리는 이 드라마의 결말이 부활이라는 찬 란한 영광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난 주일에 느끼는 슬픔은 절망의 눈 물이 아니라 나와 너, 우리 인간을 대신해 죽음의 배 역을 맡아주신 그 큰 사랑에 대한 감사의 눈물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부터 시작되는 성주간은 우리가 단순히 과거 의 사건을 기념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금 이순간 나를 위해 무대 위에서 펼치시는 사랑의 드 라마에 온 마음으로 참여하는 시간입니다. 환호했 지만 잠시 지나서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친 이중 적인 모습을 지닌 군중까지도 포함한 모든 인간을 구원해주시는 최고의 사랑 드라마에 함께하는 시 간입니다.
그런데 왜 십자가 죽음으로 사랑을 드러내는 것 일까요? 가장 처절한 방법이어야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 한 주간, 삶의 현장에서 상처 준 사람을 용 서할 때, 사랑을 베푸시는 예수님의 배역을 하는 것입니다. 불편함을 참고 이웃을 도울 때, 예수님의 십자가를 짊어진 시몬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무대 위에서 다가감-경청-돌봄의 배역을 할 때 우리는 올 한해 교구가 쓴 드라마에 동참하는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모든 이의 어머니, 하느님의 집, 동반자이자 위로자, 서로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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