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신부님도 성당 다녀요? | 김기용 도미니코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목)

松竹/김철이 2026. 3. 22. 10:00

신부님도 성당 다녀요?

 

                                                       김기용 도미니코 신부님(청주성모병원 원목)

 

 

지난 겨울 초엽, 환자 방문 중에 있 었던 일이다. 여든이 넘으신 신자 할 머니가 입원하셨다. 그분을 뵈러 병 실에 방문했는데 할머니는 눈을 감고 계셨다. “찬미 예수님~ 할머니, 주 무세요?” 내 인사말에 할머니는 눈을 조금 뜨시더니, “누구여? 의사 선생 님이여?” 하고 물으셨다. “아뇨, 저는 병원 신부에요.” 그러면서 내 명찰을 보여드렸다. “원..목..사..제...” 할 머니는 명찰에 쓰인 글자를 더듬더듬 읽으셨다. “할머 니, 성당 다니시죠? 혹시 세례명이 어떻게 되세요?” “나? 나는 엘리사벳... 그런데 신부님도 성당 다녀요?” 순간, 할머니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몸과 생각 이 멈췄다. ‘아! 할머니가 섬망이 조금 있으시구나.’ 이 렇게 생각하고서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네. 저도 성당 다녀요.” 이 말에 할머니는 나를 보시고 씨익 웃으셨다.

 

환자 방문을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와서 할머니의 질 문을 곰곰이 생각했다. ‘신부님도 성당 다녀요?’ 할머니 는 그냥 하신 말씀이겠지만 나에게는 큰 질문으로 느껴 졌다. 성당을 다니냐는 질문은 천주교 신자인지를 묻 는 것일 수도 있고 하느님을 믿는지를 묻는, 신앙의 질 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제인 나에게 우문愚問일 수도 있는 이 질문은, 내 자신에 대한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 를 알려주시는 질문이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신다. 라 자로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마르타에게 예수님은 말 씀하신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 냐?” 마르타는 예수님을 믿고 있었지만, 그 믿음은 아 직 머리에 머물러 있었다. 예수님은 단지 마지막 날의 부활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생명을 주시는 분을 믿 느냐고 물으신 것이다. 이 질문은 복음 속 마르타에게 만이 아니라, ‘성당을 다니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참된 신앙에 대한 질문이다.

 

성당을 다닌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성당 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신앙을 살아가는 지에 대한 물음이다. 신앙인이라고 한다면 성당을 다닌 다는 의미를 깊이 묵상해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발과 귀만 천국에 간다고 한다. 열심히 성당만 왔다 갔다 하 던 발바닥 신자의 발이 천국에 가고, 특강 및 신앙 강 좌만 찾아 듣던 신자의 귀만 천국에 간다는 뜻이다. 발 에서 마음으로, 귀에서 마음으로 신앙의 중심이 이동될 때 ‘성당을 잘 다니는’ 신앙인이 되지 않을까?

 

“신자 여러분, 여러분은 성당 잘 다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