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머니
김철이 비안네
시골 초등학교 5학생인 한 남아가 학교에서 돌아오니 배가 고팠다. 마침, 마을에 수박과 참외 장수가 왔는데 마루에 있는 보리를 퍼주고 수박 두 개와 참외 다섯 개와 바꾸었다. 수박 한 개는 먹고 나머지는 숨겨놓았다. 밭에서 돌아온 엄마는 아이가 숨겨놓은 모든 것을 찾아내곤 누구 소행이냐고 물었다. 아이가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자 화가 나신 엄마는 진실하고 정직하라며 부지깽이로 종아리를 때리셨다. 매를 피해 문밖으로 달아났다가 들어오면서 부엌에 계신 엄마를 보니 돌아앉아 앞치마에 얼굴을 묻은 채 울고 계셨다. 매 맞고 우는 아들을 보시고 마음이 아파 우신 것이다. 엄마는 아이를 붙들고 계속 우시면서
“아들아!, 네가 보리를 퍼주고 수박과 참외를 몰래 바꾼 것 때문이 아니라 거짓말을 한 것이 마음 아프네”
하셨다. 아이는 그날 이후 자신이 거짓말을 하면 엄마가 우신다는 생각에 거짓을 행하지 않았다.
한 남편의 아내가 첫 아이를 출산한 후로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남편의 걱정은 한 번 잠이 들면 옆집에 불이 나도 모르는 자신의 고약한 잠버릇 때문이었다. 만약 깊은 밤에 갑자기 딸아이가 우는데도, 세상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저를 생각하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남편은 기도했다.
“하느님, 하느님께서 저의 잠귀를 좀 밝게 해주셔서 딸아이의 울음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해주세요.”
기도 중 문득 스쳐 지나가는 이가 있었다. 그이는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청각 장애인이었다. 잠귀만 어두워도 이렇게 답답한데 귀가 들리지 않는 어머니는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아들자식 삼 형제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신 어머니.
어머니는 어린 삼 형제가 잠들어 있을 때 그 옆에 누워 당신의 모든 감각을 여시고 숨 쉴 때 나오는 콧바람에 귀 기울이시고 작은 뒤척임에도 집중하셨을 것이다. 그렇게 아들자식들이 나름대로 가발 할 때까지 몇 년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어머니를 떠올리니, 가슴이 먹먹했다.
여섯 살짜리 남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대형 슈퍼마켓으로 쇼핑하러 갔다. 그런데 그만 엄마의 손을 놓치게 되었다. 아이가 갑자기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니까 두려워 소리를 지르기 엄마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 엄마 또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찾기 시작했다.
“하늘아! 하늘아!”
그러자 아이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엄마가 있던 장소로 되돌아와 아이를 금방 찾았다. 곧이어 엄마는 아이를 야단치기 시작했다.
“이 녀석아!,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엄마! 엄마! 하고 엄마를 불러야지, 엄마의 이름을 그렇게 함부로 부르면 되겠어?”
엄마의 꾸중에 아이가 말하길
“엄마! 이 슈퍼마켓에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데 제가 엄마를 부르면 이 많은 엄마가 죄다 돌아보지 않겠어요? 그래서 엄마 이름을 불렀어요”
옛날 서대문 영천시장은 콩나물 장수가 많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중에 한 사람이 새벽마다 콩나물 통을 머리에 이고 시장에 나가는 길에 성당엘 들러서 새벽기도를 바쳤다. 이 아주머니의 인생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면서 외동아들을 믿음으로 성장시켜 하느님의 일꾼으로 길러내는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숱한 고생 끝에 아들을 훌륭한 사업가로 키워냈다. 아들은 훗날 큰 제약회사의 사장이 되었다. 아들은 그의 어머니가 매일 새벽 거르지 않고 장삿길에 성당엘 들려 열심히 기도하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자기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늘 감사해했다. 그래서 종소리가 연상되도록 자신의 제약회사 심벌마크를 종으로 정했으며 사명도 종을 연상하여 지었다.
우리들의 어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도 그런 어머니셨다. 당신의 한 생(生)을 아들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사셨다. 아울러 예수님 수난의 마지막 순간. 그 장면을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그때에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
칼에 찔리는 듯한 고통에도 묵묵히 마음에 새기며, 그리스도의 일상을 함께 걸었으며 사람의 아들이 들어 높여지는 순간까지 그 곁에서 함께 하셨던 모습. 그 모습이야말로 어머니가 있어야 할 곳이었고, 그분을 모범으로 삼는 우리 신앙인이 간직해야 할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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