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은 스스로 절대적이길 원치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교회법은 딱딱하고, 엄숙하며, 보수적이라는 것입니다. ‘교회’ 라는 전통적이고 종교적인 분위기에 ‘법’이라는 엄격 함이 더해져 있으니, 그런 오해를 살 법도 합니다. 저도 그런 오해를 가지고 로마로 향했기 때문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더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교회법을 공부하면서 참 따뜻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교회법은 가능한 많은 것을 배려하려는 교회의 ‘마음씀’을 보여주기 때문입 니다.
여러분의 교회법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기 위해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법이 중요합니까? 네, 중요 합니다. 법이 왜 중요합니까? 법이기 때문에 중요합 니다. 그러나 법이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들이기에 법으로 제정된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들 속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굳이 중요하지 않은 것 들은 법으로 정해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답게 살 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들, 꼭 필요한 것들,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들만 법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에 법은 그 법으로 살아가는 ‘우리’ 때문에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법이 사람보다 중요합니까? 하느님보다 중요합니까? 그런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일 것입니다. 법보다 하느님과 사람이 더 중 요하며, 사람이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교회법이 지켜지는 것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교회법이 지켜지는 것보다 사람의 권리가 보호되는 것이 더 중 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법은 법 사이의 충돌 안 에서 보편법보다 지역교회법에 더 우선적인 가치를 두 고, 일반교령보다는 개별교령을 더 존중하며, 그 가운 데서도 ‘관면’이라는 제도를 두어 개별적인 상황을 배 려합니다. 법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가 처한 상황 안에서 교회와 인간의 권리를 보호 하는 데 더 집중하기 위한 조치인 것입니다.
교회법은 스스로 법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말해줍 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것만 규정하면서 개별 적인 상황을 배려하기 위한 단서 조항들을 달아놓습 니다. 또한, 관면 제도를 열어두어 신자들의 선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의 의무로부터 해방시켜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혼의 구원을 위해 법이 적용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모든 이를 위한 절대 적인 기준으로 제정된 교회법은 스스로 절대적이길 원 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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