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마디와 마디 사이

松竹/김철이 2025. 2. 5. 08:24

마디와 마디 사이

그리움은
연필로 나무 한 그루 그리는 일이다
선 하나 그으면
앞서 그린 선이 지워진다
잎사귀 그리면 줄기가 지워지고
둥치 없어진 자리엔
흰 구름이 들어선다
무한정 그려도 제대로 그릴 수 없이
늘 한 군데가 모자란 짝짝이 눈이거나
콧구멍이 없는 기형의 얼굴,
못 갖춘 마디
마디와 마디 사이


- 김정숙의 시집 《구석을 보는 사람》 에 실린
  시 〈마디〉 전문에서 -

* 꽃을 떨궈야 열매가 달리고,
열매를 떨궈야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가 소멸되어야 다른 하나가 탄생합니다.
선과 선, 마디와 마디 사이에 무궁한 그림이
펼쳐지고 자연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모든 것은 마디가 있고, 틈이 있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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