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松竹/김철이 2024. 9. 21. 11:30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하다

 

 

지난 8월에 아프리카 말라위에 구호 활동을 다녀왔 다. 그 지역은 말라리아 상존 지역인데다 급성 감염병 인 ‘원숭이두창’이 만연하여 WHO에서 공중보건 비상 사태까지 선포되어 지금은 아프리카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들 만류하였다. 하지만 수혜자들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나는 일정을 미룰 수 없었다.

 

부담을 안고 출발했지만 막상 여러 난관을 겪게 되 었다. 특히 이동 과정에서 그러했다. 최종 목적지에 도 착하기까지 30시간, 현지에서 돌아오는 데 무려 48시 간이 걸렸다. 항공사 측에서 몇 시간씩 돌아서 가는 일 정으로 변경하는가 하면, 귀국길에는 아디스아바바 공항의 트랜짓 과정에서 여행객을 오버 부킹으로 받 아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하루를 붙잡혀 있어야 했다. 아디스아바바와 나는 무슨 악연이 있나... 십 년 전 에티오피아 구호활동 때도 이 공항에 내렸는데 당시 에 티오피아는 총선 직전이었다. 개발도상국 위주로 도장 이 찍힌 내 여권을 보더니 필시 유엔인권감시위원이라 의심하고 입국시켜 주지 않아 몇 시간 동안 공항에 붙잡 혀 있다가 겨우 입국할 수 있었던 일이 회상되었다.

 

가난한 이에게 식량을 제공해 주고 교육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게 하는 일은 그들의 존엄성을 살려주 는 길이다.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에코우먼그룹에게 구 호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가운데, 무엇이 나를 머나먼 그곳까지 인도하게 하는 것일까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 다. 당신을 온전히 선물로 내어 주신 예수님의 삶을 본 받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었고, 또 가진 것을 나눔으 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여섯 군데 센터를 방문하는 동안 여성들은 노래와 율동으로 맞아주었는데 에코우먼을 찬양하는 다양한 노래 가사가 심금을 울렸다. “빈둥거리는 남편에게 매 달리지 말고 자신감 있게 살려면 에코로 와라. 인생을 멋지게 살려면 에코로 와라.” 리더 없이 중간중간에 한 사람씩 선창 혹은 후렴구를 넣는데 노래와 춤에는 열정과 에너지가 넘쳤다. 한 여성이 나에게 에코우먼 그룹을 바오밥나무에 비유해서 말했다. “에코우먼 프 로그램은 생명과 같아요. 이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벌 써 쓰러졌을 거예요. 이제 우리는 바오밥나무처럼 강 해요.”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인에게 상징적인 나무 이다. 엄청나게 덩치가 크고, 상처가 생겨도 재생능력 이 뛰어나며, 건조한 땅에서도 적응력이 강하다.

 

현지에서의 아름다운 시간에 비해서 귀국길은 고단 했고 나는 돌아오는 즉시 급성 장염으로 한동안 복통 과 심한 설사를 계속했다. 이런 연속되는 고난 속에서 도 참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감으로 이 어진다.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자신 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않고,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 이다.”(야고 1,22-25 참조)라는 말씀은 이번 말라위 여정 에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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