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두려움을 용기로... | 황재모 안셀모 신부님(춘양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4. 6. 21. 09:14

두려움을 용기로...

 

                                        황재모 안셀모 신부님(춘양 본당 주임)

 

 

복음서를 보면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러 찾아옵니다. 특히 마르코 복음서는 1장에서부터 많은 사람이 주님께 모여드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마르 1,37)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찾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대부분 자기의 ‘갈망’ 혹은 ‘바램’을 채우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의 근본에는 ‘두려움’이라는 것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삶과 죄에 짓눌린 삶에 대한 두려움, 죽음의 두려움 등 말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이와 같은 배경의 말씀입니다. 거센 돌풍이 불어 배가 난파 위기에 처했을 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 앞에서 풍랑을 가라앉히고 주님께서 하신 이 말씀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는 믿음이 부족한 제자들을 향 한 안타까움을 드러내신 것입니다. 결국 ‘두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주님께 대한 온전한 믿음’이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위로자 성령을 통해 큰 위안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상 우리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오직 주님께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두려움을 오히려 주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는 용기로 바 꿀 수 있는 은총을 간절히 구해야 하겠습니다. 이 순신 장군이 배 12척으로 왜군의 배 300척과 싸워 승리하였던 비결이 바로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영화 “명량” 중에서) 우리 역시 각자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직시하면서 오히려 더 큰 용기로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로 만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가 주님께 가까이 가려면 기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그분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길은 기도뿐입니다. 사실 주님께 의탁하고 주님께 기도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를 내지 못하면 제대로 된 기도를 바칠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기도하는 용기’를 강 조하신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신뢰,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기도하는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기도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도할 때는 소극적으로 중얼거리며 소심하게 기도하는 것 이 아니라, 소돔을 구하기 위해 하느님과 흥정했던 아브라함처럼 ‘용감하게’ 하느님과 겨루어야 합니다.” “무엇이든 들어주시는 예수님께 용감하게 기도하며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어서 교황님은 “하느님은 용기를 내 당신에게 솔직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 모습 자체를 바라십니다.” 며 솔직하게 그분께 다가가 청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아울러 “기도의 응답이 없다면 기도의 횟수와 시간이나 열심을 살펴보는 것에 앞서, 과연 내가 솔직한 마음을 하느님께 내어 드렸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2020년 5월 10일 산타 마르타의 집 주일미사 강론 중에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나서는, 나머지는 그분께 의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마음의 평화뿐입니다. 곧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셨던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필립 4,7) 말입니다. 저도 그렇고 우리 교우들도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를 꼭 받아 간직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