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가정생활에 충실하신 예수님 | 2024년 6월 예수성심성월 묵상글

松竹/김철이 2024. 6. 6. 10:30

가정생활에 충실하신 예수님

 

                                                                   김철이 비안네

 

 

어느 부부가 처가와 친정에 다녀와 털어놓기를 시골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 집에 갔을 때 오랜만에 온 자식이 뭐가 그리 예쁘다고 집안 여기저기에 숨겨 놓은 곡식이며 물건들을 막 꺼내놓으시며 다 가져가라고 한다. 아내의 고향 처가에 갔더니 장모님께서 쌀, 김치, 과일, 떡 어디 뭐 없나 두리번대며 죄다 찾아내 바퀴가 내려앉도록 자동차에 가득 실어주셨지. 에구 다들 퍼주느라 제정신이 아니셔. 아깝지도 않나 들, 전에는 주는 것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곤 했는데 지금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라며 기쁘게 챙겨주시는 대로 받아오기도 하지. 우리도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이제야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겠더군.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봤지

"여보! 이다음에 우리 맑은 이와 밝은 이 시집가면 당신도 장모님이나 어머님처럼 얘들에게 막 퍼줄 거야?"

아내는 한순간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고

"당연하지요."

"아깝지 않겠어?"

"뭐가 아까워요. 내 분신들인데"

 

옛날 한 선비가 한양을 다녀오다가 강 나루터에서 이웃 마을 친구의 외아들을 만났다. 선비는 배에서 내렸고 친구의 외아들은 그 배에 올랐다. 배에서 내려 얼마를 걷던 선비가 산언덕에서 잠시 쉬며 강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그 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자 이미 승선 초과했던 배는 순식간에 뒤집혔고 금세 배도, 배에 탔던 사람들도 모두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선비는 너무 놀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선비는 크게 탄식하다가 급히 친구의 집으로 달려갔다. 친구는 사실 조정에서의 꽤 높은 벼슬도 마다하고 고향에서 학문만 전념하여 살아가는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친한 선비가 갑자기 찾아오니 친구는 무척 기뻤다. 친구를 환대하며 술과 안주를 준비시켰다. 그럴수록 선비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 선비는 떨리는 목소리로 방금 목격한 사실을 얘기했다.

"저. 자네 아들이 강물에 빠져 죽었다네. 내가 워낙 멀리 있어서 도울 수도 없었고 그 못 돼먹은 사공이 어찌 그리 많은 사람을 태우던지"

선비는 그것이 마치 자신의 죄이기도 한 양 말을 맺지 못하여 사공을 원망했다.

 

외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선비의 얘기를 조용히 들었다. 지극히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던 아버지는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얘기에 눈가에 가벼운 경련을 보이다가 이내 원래의 표정을 되찾아 친구가 들려주는 마지막 얘기에 귀를 기울이며 말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얘기를 빨리 들려주어서 고맙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내 아들은 살아 돌아올 걸세 그러니 술이나 들며 오랜만에 밀린 얘기나 나눔세."

선비는 친구의 이 태연한 모습에 몹시 놀랐다. 그가 평소에도 인격 높은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데도 태연하기만 하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어쩌면 머리가 돌아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조차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강물에 빠져 죽었던 친구의 외아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두 사람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선비는 너무도 놀라 친구 아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물었다.

"예! 어르신을 뵙고 저는 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사공이 정원 이상으로 손님을 태우기에 되돌아 내렸습니다. 평소 저희 아버님께서는 '위험은 스스로 피해야 한다.'라고 가르쳐 주셨기에 그 교훈을 좇아 행했을 뿐입니다."

이것이 바로 살아 있는 가정교육이고 살아 있는 부모의 훈도를 따르는 자녀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거룩하신 하느님의 외아들이시지만, 양아버지의 훈도에 순종하며 삼십여 년을, 인성을 지닌 사람으로 사신 예수님처럼…

 

예수님 역시 이러한 가정사 속에서 부대끼며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목수의 아들 노릇을 성실히 하며 가정생활에 충실하셨다. 예수성심성월을 지내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간절히 바라시는 소원 한 가지는 모든 이가 당신 성심께로 기꺼이 달려가 끊임없이 구원의 샘물을 퍼마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