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가톨릭 신자가 가톨릭 교회가 아닌 다른 교파에서 영성체를 할 수 있나요?
A 영국이나 동유럽으로 여행을 가시거나 출장을 가시는 신자들이 가톨릭 성당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래서 영국의 성공회나 동유럽의 정교회에 가서 예배나 전례에 참여하시는데 가톨릭과 비슷한 성찬례와 영성체가 있으니 가톨릭 신자가 그곳에서 영성체를 해도 되는지 궁금해하십니다.
우선, 교회법의 기본적인 원칙은 “가톨릭 교역자들은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적법하게 성사를 집전하고, 가톨릭 신자들 역시 가톨릭 교역자들한테서만 적법하게 성사를 받을 수 있다.”(교회법 844조 1항 참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몇 가지 조건들이 충족될 때 가톨릭 신자의 영적인 유익을 위해서 비가톨릭 교역자들에게 몇 가지 성사들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를 “성사 교류”(Communiocatio in Sacris)라고 합니다. 가톨릭 신자가 성사 교류를 받으려면 아래의 조건들이 모두 채워져야 합니다(교회법 844조 2항 참조).
① 가톨릭 성직자에게 가는 것이 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불가능할 때
② 필요하거나 참으로 영적 유익이 있는 경우에
③ 오류나 무차별 주의의 위험이 배제되는 경우에
④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와 병자성사를 유효하게 보존하는 교회의 교역자에게
⑤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와 병자성사만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성사 교류에서 중요한 것은, 성사 집행자가 해당 교파로부터 유효하게 서품된 성직자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그가 성사를 유효하게 집전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정교회에서는 사제직이 유효하게 보존되어왔으므로 유효한 성사를 집전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동방교회교령」, 25항). 하지만 루터교나 성공회의 사제직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레오 13세, 서한 「성공회 서품」, 덴칭거 3315~3319항 참조).
그리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 8항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성사 교류를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회복을 위하여 분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성사 교류는 특히 두 가지 원칙, 곧 교회 일치의 표명과 은총 수단의 참여에 달려 있다.”
따라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은 장례나 혼인 때에 다른 교파의 전례에 참여해서 성사를 받을 수는 없지만 교회법에서 언급하는 위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장기간 이어질 때 영혼의 유익과 구원에 직결되는 성체성사와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는 교파를 초월해서 성사 교류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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