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松竹/김철이 2024. 1. 27. 14:21
“없는 이에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그날은 참 추웠다. 안전 안내 문자는 한파 주의보 예 보로 강추위가 예상되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였다. 특별히 노약자들께서 꼭 외출을 해야 할 때는 모자, 장 갑,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착용하라고 하였다.

 

난 추위에 약해서 사계절 중 겨울나기가 제일 힘들다. 언제인가 몹시 추운 날 새벽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 고 나왔다가 미사 참례 중에 쓰러진 일도 있어 그 이후 로 매서운 추위가 몰려오는 날에는 완전 무장을 한다. 모자는 물론이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겹겹이 싸매고 집 밖을 나선다.

 

얼마 전 그날 예보대로 북극 한파 주의보가 내렸다.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볼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했다.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섰다. 녹색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서너 사람 건너 앞에서 초 라한 차림의 어떤 할머니 한 분이 구부정한 몸을 한층 움츠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나 는 ‘아! 할머니 추우시겠다. 얼른 가서 내 모자라도 씌워 드리자!’ 생각하고 할머니께 가까이 가려고 했지만 막 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할머니 께 다가설 용기가 나지 않아 갈까 말까 망설이기만 하 였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이 나 를 붙잡았다. ‘저 할머니가 싫다고 하시면 어떡하지?’ 그리고 ‘사람들이 내가 쓰던 것을 드린다고 내게 손가 락질을 하면 어쩌나?’ ‘내 모자를 벗어드리고 나면 나도 추울 텐데.’ 나는 두터운 외투를 입고 있었음에도 내 걱 정을 하였다.

 

그 짧은 시간 그러는 사이에 녹색등이 켜지고 할머니 는 굽은 등으로 맹추위를 맞으며 내 시야에서 점점 멀 어져 가셨다. 할머니가 걸어가신 길을 멍하니 바라보 면서 나는 스스로 뉘우쳤다. ‘내가 잘못했구나! 사람을 돕는 일에 그렇게 머뭇거리고 남의 시선부터 생각하다 니!’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향해 하느님께서 말 씀하시는 것 같았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없는 이에 게 베푸는 일을 미루지 마라.”(집회 4,3)

 

입으로는 이웃 사랑을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실 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일상 안에서 우 리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분의 아낌없는 삶을 본받아야 하겠다. 좀 더 크게 눈을 뜨고 마음을 넓혀 세상 곳곳 지구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음이 따뜻한 신앙인 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