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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요셉 신부님(수원교구 조원동 주교좌 성당 주임) |주일복음 특강 | 사랑도 일종의 투자다 I 연중 제33주일 강론 2023.11.19

松竹/김철이 2023. 11. 19. 07:05

[주일복음 특강] 사랑도 일종의 투자다 I 연중 제33주일 강론 2023.11.19 I 전삼용 요셉 신부(수원교구 조원동 주교좌 성당 주임)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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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연중 제33주일 – 사랑도 일종의 투자다

 사제가 되어 보니 저에게 돈을 달라고 찾아오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가능한 액수라면 일단 줍니다. 그러면 대부분은 처음에는 한 번만 도와달라고 하고, 그다음은 마지막이라고 하다가, 결국엔 계속 달라고 하고 그 액수는 점점 커집니다. 결국엔 재정적인 부담도 되고 내가 호구가 되는 느낌도 들고 심지어 돈을 갈취당하는 기분마저 듭니다. 그럴 때라도 사랑은 주는 거니까 계속 주어야 할까요? 그들은 아마도 사랑은 한없이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확장되다 보면 하느님의 사랑도 오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지옥’의 존재도 부정하게 됩니다. 하느님이 무한한 사랑인데 인간을 만들어놓고 어떻게 지옥에 보내느냐는 것입니다. 자녀가 잘못했다고 불구덩이에 집어넣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랑도 일종의 ‘투자’입니다. 투자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탈렌트의 비유입니다. 주인은 하인들에게 다섯 탈렌트, 두 탈렌트, 한 탈렌트를 맡기고 떠납니다. 다섯 탈렌트를 받은 하인은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고, 두 탈렌트를 받은 하인은 두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그러나 한 텔렌트를 받은 하인은 주인이 무자비하다고 여겨 무서워서 그 돈을 땅에 묻어놓고 불리지 않았습니다. 불리지 않은 종의 운명은 그 한 탈렌트를 열 탈렌트를 가진 종에게 빼앗기고 영원한 불 속으로 추방당합니다. 이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끊임없이 주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주고 그 열매를 살핍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존재에게는 그동안 주던 사랑마저 거두어들입니다. 쓸데없이 자기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을 줍니다. 그런데 이것도 투자입니다. 자녀가 자신들처럼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자녀는 부모가 주는 사랑에 감사하여 그렇게 성장합니다. 그러나 감사하지 못하는 자녀도 있습니다. 그런 자녀는 심지어 부모의 돈을 훔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부모가 준 은총은 그에게 저주가 된 것입니다. 그를 도둑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받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이들만이 그 은총이 구원의 은혜가 됩니다.

 1994년 5월 서울 삼성동 고급 주택에서 불이 나서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한약 유통업을 하며 그 부부는 200억 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 박한상 군이 유산을 노리고 부모를 무참히 살해하고 방화로 위장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유학 중에 많은 돈을 유흥과 도박으로 날리자 부모가 돈을 주기를 거부하자 그러한 일을 벌인 것입니다. 그동안 그 아이에게 무분별하게 주었던 돈이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지옥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루카복음 13,6-9절엔 포도밭에 심어진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 비유가 나옵니다. 포도밭에 한 그루 무화과나무가 있었는데 삼 년 동안이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은 그것을 베어버리라고 하였으나, 종은 1년만 더 가꾸고 거름을 주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버리라고 합니다. 여기서 무화과나무는 자신만 특별하다고 여기는 바리사이를 상징합니다. 오늘 한 탈렌트를 받은 종입니다. 불만을 가진다는 말은 자신은 더 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받은 것에 감사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감사하지 못하니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위해 에덴동산에 ‘선악과’를 심어 그것은 당신께 되바치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하지 못하면 결국 열매 맺지 못하여 하느님 사랑의 투자가 멈추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마련한 장치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불만을 자아내는 뱀의 말에 솔깃하여 그 소출의 십분의 일도 바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고 결국 에덴에 살 자격을 잃게 되었습니다. 

 얼굴에 모반이 있어 부모에게 버려졌지만, 결국 끝까지 감사를 찾아내 기쁘게 살아가는 김희아 씨는 자신의 두 딸에게도 감사를 가르칩니다. 딸들은 남들보다 외모가 못난 엄마를 보면서도 “엄마는 엄마가 없어서 참 불쌍하다!”라고 하며 엄마 없이 산 엄마를 불쌍하게 여깁니다. 이때 부모는 자녀에게 목숨까지도 내어놓습니다. 자녀가 본인이 투자한 대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주가 아니라 은혜로 만들기 위해 무조건 받은 것에 감사의 피를 뿌려 거룩하게 해야 합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면 이 세상에서부터 에덴동산에 살게 되지만, 불만을 품으면 뱀의 소굴로 들어가게 됩니다. 주님 사랑의 투자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