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 | 20230806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o16j6vI8JU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주님의 변모 축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사람이 하느님을 알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창세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이 세상의 근본을 하느님께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탈출기에서 그 하느님이 본격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하느님으로 등장하셨음을 모세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전해진 계명으로 하느님 안에서의 구체적인 삶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주 하느님을 잊거나 그분의 말씀을 어기고 또 왜곡하곤 하면서 주님의 백성임을 자랑하면서도 삶으로는 어긋나곤 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느님의 결정은 ‘징벌’이나 ‘심판’이 아닌 ‘구원’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직접 사람이 되셨고 우리 위가 아닌 우리 안에서 생활하심으로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모든 불확실을 거둬들이고 눈에 보이고 귀로 들리며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하느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오늘 기억하는 거룩한 변모 축일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과 묵상, 고민을 가져다줍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늘 예수님이 실제 예수님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며 기억하기에 그 깊은 인상이 예수님이 사람이 되신 진심을 가릴 수 있는 위험도 동시에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주님은 저런 화려한 하느님이시었다는 것으로 주님의 모든 것이 특별한 것으로 둔갑할 여지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하느님을 모르던 이들의 실수를 반복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 그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화려한 영광의 모습에 취해있을 때 정작 주님은 당신이 앞으로 하실 일에 대해 모세와 엘리야, 곧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곧 주님이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세상이 가리려 하는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실 것을 의논하셨습니다. 이 일은 반드시 사람들 사이에 사시는 주님에게 일어나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야 모든 이가 무시하고 왜곡하려던 하느님의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영웅의 죽음과 부활이 아니라 하느님의 올바른 ‘사람’의 죽음과 부활이 모든 이에게 진리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하느님의 뜻을 전한 이들과 그 옛날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것처럼 그들과 상의하셨습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느님이 사랑하시고 그분의 마음에 드는 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를 알지는 못합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이후 주님은 그 산에서 내려가셨고, 사람들 사이에 또 다시 같은 자리에 계셨다는 것입니다. 이미 눈에 보이는 것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주님은 그 화려한 모습의 주인공이겠지만, 그 산에서 내려올 때 예수님은 그 목격자들의 입을 막아 버리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예수님은 당신의 마지막까지 당신의 영광스러운 변모의 사실을 감추셨고, 한 사람으로서의 힘 없는 죽음을 맞이하셨습니다. 산 아래에서 만난 예수님은 그 모습을 지닌 채로 돌아가셨기에 사람들은 옳게 살면서도 자신들 안에서 죽어간 한 의인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부활을 통해 진정한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님의 변모 축일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산 위의 예수님의 모습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산에서 내려오신 주님의 선택과 그분의 진심을 기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래야 2천년이 지나 모든 것을 아는 우리의 신앙을 ‘전능하신 하느님’으로만 이해하려는 위험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님의 십자가가 죽음이나 고통만이 아니라, 죽음을 무릅쓰고도 지켜낸 사랑을 보여주듯 영광스러운 변모 역시도 우리가 주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0:00 오늘의 복음
1:56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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