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20230602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VUq21kd8Tdw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연중 제8주간 금요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때를 기다리는 인내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가올 이 때를 기다리기도 하고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노력들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우리와 달리 이 시기에 조급함을 보이실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습에서 우리는 한 없는 하느님의 사랑의 끈질김을 보기도 하지만, 때로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인내심이 없으신 듯 보일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마침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멀리서 보시고,”
여기 불행한 무화과나무가 있습니다. 주님이 지나가시는 길에 서 있던 무화과나무는 잎이 무성했습니다. 그러나 그 나무에는 열매가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때는 열매가 열리는 철이 아니었다고 복음은 알려줍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 나무에게 별안간 저주를 내리십니다.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것과 분명 달라보입니다. 그리고 복음은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또 한 번 벌어지는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곧 성전 앞에서 주님이 하신 ‘정화사건’이 그것입니다. 늘 인내와 사랑, 그리고 평화를 말씀하시던 주님의 손으로 탁자와 의자가 엎어지고 모든 것이 아수라장이 됩니다. 주님은 평화롭기만 하던 거룩한 성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또 다시 한 것입니다. 무화과 나무는 철이 아니었고, 성전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오로지 주님 홀로 흥분하신 모습입니다.
“‘강도들의 소굴”
주님의 사건을 역순으로 뒤집어 바라보면 주님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지어 올린 아름답고 거룩한 성전이었지만 그 앞을 차지한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위해 사고 팔고를 하며 하느님께 드리는 정성을 이용해 도둑처럼 살았습니다. 잎은 무성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와 같이 예수님은 수많은 시간을 주고 사랑을 주셨음에도 그것을 자신들을 위해서 허비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신 겁니다. 그들 모두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늘 하느님의 은총의 시기를 논하며 그렇게 떠들썩하고 무성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결국 그들은 십자가 아래에서 무화과나무처럼 말라버린 자신들을 드러내었습니다. 성전. 가장 거룩한 곳이기에 그들의 모습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0:00 오늘의 복음
3:08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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