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松竹/김철이 2023. 1. 26. 20:52

 

                         松竹 김철이

 

 

눈꽃 피는 고향을 서성이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늘 웅숭깊은 아버지 거대한 가슴팍이다

품에 안기면

남녀노소 응석받이가 되니

 

싫증이라도 낼까 봐

춘삼월 나뭇가지 물 올리고

물오른 대지 잡초 깔아

잘난 놈 못난 놈 죄다 품어 안는다.

 

칠팔월 복더위에 지칠까 봐

검푸른 초목 그늘 지우고

건들바람 바람잡이 삼아

구슬땀 부채질에 좋은 시절 흘려보내니

드높은 어머니 은혜 같더라

 

낙관도 비관도 아니 하고

침묵으로 배부른 구시월 엮어내며

곱디고운 춤사위로

겸허히 머리 숙이는 뭇 생명의 안식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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