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 빈첸시오 신부님|20230101 오늘의 말씀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1E88srTqP44
천주교 부산교구 장산성당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2022년이 지나고 2023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새겨준 날에는 아직 새해가 많이 남아있지만, 그러에도 우리의 달력은 어김 없이 이제 새로운 1월 서른 하나의 숫자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건네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새해를 성모님께 봉헌하며 시작합니다.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 우리가 올해를 시작하는 첫 날, 또 첫 주일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세상 평화의 메시지를 우리는 복음 속 성가정의 모습에서 발견합니다. 오늘은 성탄의 기쁨을 새기며 하루 하루 성탄일로 지내는 성탄 팔일의 마지막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성탄 중에 있습니다.
새해의 다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리스도인들의 새해 다짐은 또 다시 그리스도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와 내용을 가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우리에게 오신 그리스도의 처음으로 다시 시선을 모아야 합니다.
구유에 모셔진 예수님. 그것이 세상을 찾아오신 구세주, 메시아의 처음이었습니다. 전지전능하신 분이 무지무능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고, 그래서 심판의 주도권은 세상에서 가장 무죄하고 또 순수한 이에게 맡겨졌습니다. 모든 것에 권능을 지니고 힘을 가진 이가 아니라 이 아기에게서 우리는 모든 것의 열쇠를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또한 그 열쇠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나자렛 성가정은 성가정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모든 것의 모델이 되는 가정입니다. 그런데 이 가정처럼 약하고 시련 속에 놓인 가정도 없습니다. 모두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가족이 되어버린 가족들. 그나마 아이의 탄생과 함께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고생하며 돌아갈 날을 기다려야 했던 가족. 모든 것을 자신의 몫으로 여기고 생존을 위해 일하고, 가족의 편안함을 위해 판단의 기로에 서야 했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인정함과 동시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어머니는 오직 아이를 품에 안고 지키는 것에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하루는 지켜졌고, 그 아이의 새로운 아침은 늘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성가정은 완벽하고 거룩한 이들의 조합이 아닙니다. 성가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가족을 지켜내는 서로의 노력 안에서 발견되는 모습입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어떻게 해석해도 좋겠지만, 성모님의 잉태와 출산과 양육과 동반에 공통적인 부분은 하느님은 이렇게 어머니의 품으로 세상에 시작을 하셨다는 것이고, 그 어머니에게 모든 기억과 내용을 남겨 세상에 전해주기로 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모든 삶을 통해 우리에게 모든 계시를 완성하셨고 그 곁에 항상 계셨던 어머니는 아들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설명해주는 가장 충실하고 완전한 도구로 계셨습니다.
천주의 모친이라는 입에 담기도 버거운 최고의 영예는 사실 하느님의 선택을 드러내는 단어이고, 사람에게 영광을 주기보다 하느님의 사랑의 깊이를 알게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구유조차 편안함을 느낀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평화는 힘의 균형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깨기만 하면 모두가 죽을 수 밖에 없는 불안하고 균형에 의해 지켜지는 평화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사랑 때문에라도 죽을 수 없는 모두를 살려내기에 합당한 사랑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평화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평화입니다.
사랑으로 지켜지는 평화는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가 깨닫고 자신의 모든 것으로 모든 것을 지키는 사랑으로 가능합니다. 우리가 사랑하지 못하고 하지 않을 이유는 수 천, 수 만 가지이지만 사랑해야 할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구유에 누운 아기이든, 혹은 그 아기를 지키는 부모이든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탄생은 목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들에서 자며 양들을 지키던 세상에 가장 가깝던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구유 속 아기는 구세주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세상 모든 이를 품어 주셨습니다. 그 날 이루어진 하느님의 선택을 다시 기뻐합니다. 그리고 그 아기가 자라 큰 위인이 아닌 사랑스런 한 사람으로 살아 가셨음을 다시 기뻐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품위는 그 선을 지키며 유지되었습니다. 높으면 높을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하느님 선하심의 비밀을 생각하며 우리의 평화를 가장 좋은 어머니 품에서 찾는 새해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0:00 오늘의 복음
1:19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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