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밥상★풀버전] '산 속의 바다' 파로호에서 만난 화천 오지마을 밥상 | “아흔아홉 구비 너머, 오지의 맛을 찾아서” (KBS 20140710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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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아홉 구비 너머, 오지의 맛을 찾아서” (2014년 7월 10일 방송)
불어오는 바람마저 끈끈한 여름이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 육지 속의 섬, 강원도 화천의 오지마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 민통선까지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파로호 최상류에 숨어있는 오지마을이 있다. 평화의 댐이 생기기 전에는 차는 물론이고 사람도 쉽게 찾아가기 힘들던 마을들이었다.
대한민국에 완벽한 오지가 어디 있으랴만은 아직은 인간의 손길을 덜 타, 두고두고 아껴두고 싶은 곳. 말조개, 메싹, 병풍취 등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연 그대로라서 거칠고 투박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인 오지 밥상을 찾아간다.
■ 황해도에서 내려온 시어머니의 음식
6·25 때 수복한 이 지역에는 전쟁 통에 이북에서 내려왔다가 눌러앉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지둔지 마을의 최길순 씨네도 그중 하나. 이북에서 내려온 시어머니는 소문난 살림꾼이었다. 길순 씨는 시어머니에게 이북음식을 배웠다.
옥수수를 삭혀 만든 노치는 간식거리가 풍요롭지 못했던 시절 아이들에게 과자 대용으로도 일품인 음식이었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얻은 또 하나의 간식, 메싹. 아이들은 어릴 적 놀다가 배고프면 집 앞 강가의 메싹을 뜯어 생으로 먹거나 고구마처럼 쪄서 먹기도 했다. 메싹은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의 좋은 구황 음식 이었다. 강가에 사는 나팔꽃처럼 생긴 덩굴풀꽃 메싹의 맛은 어떨까?
■ 비수구미에 살으리랏다: 대를 이어 살아가는 장복동 씨네 가족.
3년만 화전을 하고 나가자고 했던 부부는 비수구미에 눌러앉아 아이들을 길러냈다. 비수구미 근처에는 학교가 없어 아이들을 춘천으로 유학시켜야만 했다. 열흘에 한 번 장배를 타야만 밖을 나갈 수 있었던 시절 어머니는 아이들을 보러 가는 날이면 반나절 이상을 걸어 나룻배를 탔다.
그런데 아이들을 다 길러내고 나니 이제는 다 장성한 아이들이 비수구미에 눌러앉았다. 이들을 비수구미에 눌러앉게 한 이곳의 매력은 무엇일까?
깊은 산 속 계곡에서 잡히는 산메기와 해발 800m 고지에서 난다는 병풍취로 차려낸 청정자연 밥상을 만난다.
■ 화전민 토박이 부부 밥상
6·25전쟁 이후 먹고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은 해산 아래 파로호 주변에 모여 화전을 일구며 살기 시작했다. 화전민 100여 가구가 살았지만, 정부의 화전민이주정책 시행 후 남아있는 집은 모두 합쳐야 10가구 남짓. 문득권 씨네와 박점순 씨네도 화전을 일구며 살았던 이들이다.
밭에서 일하다가 끼니로 먹은 냉국은 일하면서 쌓인 열기를 식혀준 감사한 여름 음식이었고, 강원도의 기후와 화전 밭에서 잘 자라던 옥수수와 팥, 콩은 쌀이 부족했던 시절, 배를 채워준 양식이었다. 그 고마운 음식들은 여전히 이곳 사람들의 여름 별식으로 남아있다.
■ 끈끈한 느릅마을 사람들
인민군들이 준 박격포 탄알과 주먹밥 한 개를 들고 산 고개를 넘어가야만 했던 그녀들의 사연은?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6·25전쟁으로 남한 땅과 북한 땅으로 바뀌면서 겪었던 아픈 사연들이 이제는 할머니가 된 그녀들의 맛깔 나는 입담 속에 살아난다.
전쟁 통에 동고동락하며 자라왔기 때문일까. 마을 사람들은 유달리 끈끈해질 수밖에 없었다.
단오나 명절 때 마다 마을 아낙들은 취를 뜯었고, 남자들은 떡메를 쳐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둘러앉아 취떡을 만들어 먹었다.
마을에서 큰 잉어가 잡힌 날이면, 뼈를 발라낸 잉어 포에 양념을 푹 재운 뒤 석쇠에 구워먹은 잉어 불고기. 민물고기를 못 먹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파로호에서 잡은 잉어는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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