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아마도 빗물이겠지 (1969)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pgasnYt1bIc
노래이야기
1967년 12월, 경향신문에는 한해의 가요계를 결산하는 기사가 실렸는데요. ‘경음악 평론가 협회’에서 ‘주목할 신인가수’로 선정한 가수들은 모두 일곱 명이었는데, 그 면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진, 배호, 이상열, 차중락, 정훈희, 남정희, 임선하.’ 그야말로 1967년을 빛냈던 신인가수로 차세대 가요계의 유망주로 기대 받았던 이름들인데요. 지금은 전설적인 선배가수님들이지만, 이분들에게도 모두 파릇파릇했던 신인시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67년 주목할 만한 신인가수로 선정된 일곱 명 중에서 남진 선배님과 배호 선배님, 그리고 이상열 선배님의 인연은 각별했는데요. 배호 선배님의 가장 절친이 바로 이상열 선배님이었고, 또한 이상열 선배님이 가수로 데뷔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사람이 바로 남진 선배님이었습니다.
이상열 선배님은 고교재학 중이던 1967년, 가수가 되기 위해 종로의 음악학원을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남진 선배님을 만나게 됐는데요. 그 당시 ‘가슴 아프게’가 히트하면서 청춘스타로 떠올랐던 남진 선배님은 이상열 선배님의 노래실력을 단번에 알아보고, 주위에 ‘이상열’이라는 노래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상열 선배님이 전문적인 음악공부를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상열 선배님은 정풍송 선생님이 작곡한 노래 ‘못 잊어서 또 왔네’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었는데요. 이 곡이 크게 히트하면서 그 당시 주목받는 신인가수로 급부상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요. 이어서 '아마도 빗물이겠지', '난이야', '사랑과 우정' 등의 노래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당대 최고의 가수로 선정되고, 배호 선배님, 남진 선배님, 나훈아 선배님과 함께 MBC, KBS 등 방송사 주관 10대 가수에 단골로 선정되는 정상급 가수로 활동했습니다.
이상열 선배님은 풍부한 성량에서 나오는 애절하면서 애수 어린 목소리로 사랑받았는데요. 특히 그 시절에는 TV같은 시각적인 요소보다는 라디오처럼 오로지 가수의 목소리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대세였기 때문에, 본디 타고난 목소리가 좋았던 이상열 선배님을 가리켜서 사람들은 ‘라디오 시대에 가장 걸맞은 가수’라고 평가했습니다. 표정이나 몸짓을 보태지 않더라도 목소리 자체만으로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이 이상열 선배님의 강점이었는데요. 이런 매력을 십분 살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노래가 바로 ‘아마도 빗물이겠지’입니다.
1969년. 정풍송 선생님이 작사, 작곡한 ‘아마도 빗물이겠지’는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던 ‘정풍송 작곡집’에 수록된 곡인데요.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노래였습니다.
“맺지 못할 사랑이기에
말 없이 헤어졌고
돌아서는 두 발 길에
이슬비는 내리네
사나이가 그 까짓 것
미련 때문에 울기는 왜 울어
두 눈에 맺혀있는 이 눈물은
아마도 빗물이겠지
맺지 못할 운명이기에
조용히 헤어졌고
쓰라리는 내 가슴에
이슬비는 내리네
사나이가 그 까짓 것
미련 때문에 울기는 왜 울어
뺨 위에 흘러있는 이 눈물은
아마도 빗물이겠지”
비 내리는 날.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후, 겉으로는 강한 척하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 슬픔이 차올라 흐르는 눈물을 빗물이라고 말하는 남자의 마음을 노래한 ‘아마도 빗물이겠지’는 발표되자마자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요. 그 인기에 힘입어 1971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새한필름에서 제작하고, 김종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마도 빗물이겠지’는 장동휘, 김지미, 오유경, 전양자, 최남현 배우들이 출연한 멜로드라마였는데요. 영화음악을 정풍송 선생님이 맡았고, 아카데미 극장에서 개봉해서 만명 가까운 관객들이 들었는데요. 노래가 빅히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열 선배님의 노래에 비하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열일곱 나이에 가요계에 데뷔해서 그야말로 발표하는 노래마다 히트하며 승승장구했던 이상열 선배님이었기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도 탄탄대로일 거라고 모두 기대했는데요. 하지만, 젊은 나이에 너무 많은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가졌기 때문이었을까요? 서울의 집 한 채 값이 300∼500만 원 하던 그 시절,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벌었던 이상열 선배님은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점차 술과 도박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었고요. 1979년. 억대 규모의 도박현장이 경찰에 의해 적발되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1년 동안 방송출연을 정지당하며 순식간에 인기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술과 도박을 끊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자, 결국 국내를 벗어나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는데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하죠.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이상열 선배님이었지만, 미국 순회공연 도중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아내의 간곡한 설득에 따라 술과 도박, 그리고 담배까지 모든 것을 다 끊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며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분식집 웨이터부터 광고 세일즈맨 등의 일을 거쳐서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켰고요. 복음성가 앨범을 발표하며 복음성가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젊은 시절의 어리석은 실수로 절망의 바닥에 떨어졌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거치며 다시 음악 속에서 평화를 찾은 이상열 선배님을 보면, 음악은 이상열 선배님의 운명이란 생각도 듭니다.
장마가 시작되면서 요즘 계속 비 오는 날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팍팍한 일상의 시름은 잠시 내려놓고, ‘아마도 빗물이겠지’가 전해주는 감성을 느끼며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에 빠져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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