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松竹/김철이 2022. 3. 1. 00:50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김철이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군신, 부자, 부부간의 행실 문제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게 현실이고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군신 간의 도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해 제 나라의 존폐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받게 하는가 하면 천륜을 배척하고 부자간의 도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해 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기도 하고 부부간의 도리와 의무를 지키지 못해 제 가정을 두 동강이 나게 하다 부족해서 슬하 자녀들의 가슴에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혀 평생 가슴앓이 대물림을 하기도 한다.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돈을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일부 현대인들은 돈이면 군신 간의 충성심도 부모, 자식 간의 효심도 부부간의 도리와 의무도 신다 차 버릴 헌 고무신 취급하다 몇십 년 정치 선후배로 동고동락하다시피 하던 이를 돈 몇 푼에 등을 돌리는가 하면 사업자금을 대주지 않는다고 제 낳아준 아비를 야구방망이로 개 패듯 때려 숨지게 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몇십 년 살 섞어 살아온 남편과 하루아침에 헤어지고 돈 많은 남자를 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로 얼룩져가는 이 시대의 인간사를 재조명하며 이즈음 두 가지 이야기들을 불러와 우리네 양심을 자기반성 해 보기로 하자.

 

 1428년 조선의 4대 왕인 세종의 재위 10년째 되든 해 현월(玄月) 경상도 진주에 사는 '김화(金禾)'라는 사람이 천륜(天倫)을 저버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여 전대미문의 패륜(悖倫)을 저지르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른바 `김화 살부 사건`이었다. 곧이어 이 살인사건에 관한 형조의 장계(狀啓)를 받아든 세종은 매우 놀라

 "지어미가 지아비를 죽이고 종이 제 주인을 죽이는 행실은 간혹 있는 일이지만, 제 아비를 죽인 자가 어디 있었더냐?“

라고 심히 탄식하며

 "짐이 더없이 부덕한 까닭이로다

라고 크게 자책하였다. 신하들을 죄다 어전으로 들게 하여 어전회의(御前會議)를 열었던 세종은 만백성들을 교화할 방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경들의 생각은 이 끔찍한 패륜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소?"

세종의 물음에 판부사 허조가 나서며

 "이는 형벌 제도가 관대하여 이런 어처구니없는 패륜이 발생하는 것이니 국법을 강화하여 반드시 죄를 엄히 다스려 형조의 국법에 따라 능지처참을 해야 마땅한 줄 아뢰오.“

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변계량이라는 신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하였다.

 "전하! 무작정 국법만 강화할 일이 아니라, 청컨대 효행록 등의 서적을 널리 반포해 우매한 뭇 백성들이 이를 항상 읽고 외우도록 하여 스스로 효행을 깨치고 행동에 옮기도록 하소서

라고 간하였다.

 

 이후 전대미문의 패륜을 저지른 김화는 부대시참(不待時斬)을 받았고 변계량의 간언에 따라 윤리, 도덕 교과서 제작을 추진하였고 모범이 될 만한 효자, 충신, 열녀의 행실을 모아 만든 조선의 전시기를 대표하는 교화서가 탄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1432년 편찬한 군신, 부자, 부부의 삼강(三綱)에 모범이 될 만한 충신, 효자, 열녀를 골라 그 행실을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덧붙인 벼리서 '삼강행실도'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교훈이 있듯이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은 삶의 가치를 깨닫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정의롭고 선한 삶의 표본을 보여주며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할 도리와 의무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삼강오륜,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백성의 떳떳한 도리를 높이니 세상을 교화하여 화평한 시대를 이룬 것이다.

 

 경기 수원의 효자, 최루백 나이 열다섯 살 때 아비가 사냥을 나갔다 호식을 당했다. 이에 최루백은 어미의 만류에도 아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 도끼를 들고 나섰다. 최루백은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가 배불리 먹고 산중에 누워있던 호랑이를 발견했다.

 "네 어찌 하늘같이 받드는 내 아비를 네가 무참히 해했느냐? 내 너를 잡아 아비의 원혼을 달래 드려야겠다.“

하고 꾸짖으니 호랑이는 그 자리에서 이내 꼬리를 내리고 납작 엎드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최루백은 도끼로 호랑이 머리를 내리치고 배를 갈라, 부친의 뼈와 살점을 골라 명주 천에 싸서 홍법산 서쪽에 매장했다. 그리고 그 곁에 움막을 세워 3년간 시묘살이를 했다. 시묘 중인 어느 날 잠깐 잠이 들었을 때 아비가 꿈속에 나타나

 "숲을 헤치고 효자의 여막(廬幕)에 이르니 정()이 많으매 느끼는 눈물이 다함이 없도다. 흙을 져서 날마다 무덤 위에 보태니 소리를 아는 것은 명월(明月)과 청풍(淸風)뿐이로다. 살아서는 봉양(奉養)하고 죽어서는 지키니 누가 효()가 시종이 없다. 이를쏘냐.”

라는 시를 읊고는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위의 두 가지 사례 속의 주인공인 김화와 최루백의 행적을 표본 삼아 우리네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마음  한 글자 꽁꽁 찧어 눌러 앉히는 절굿공이로 삼아 또 한 번의 대선(大選)을 맞을 2022년 임인년 호랑이해에는 대한민국 전 국민이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본바탕의 정신을 영혼 속에 새기는 한편 용맹스럽고 영특하기 그지없는 한국산 호랑이를 닮아 사심과 계파란 죄다 내려놓고 진심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진보와 보수를 한 품에 포옹할 수 있는 국부(國父)를 모셨으면 하는 바람을 새해 벽두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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