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13.)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25장. 왕눈이와 몽땅이의 다툼, 26장. 왕눈이 고향을 가다.

松竹/김철이 2022. 9. 27. 00:28

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25. 왕눈이와 몽땅이의 다툼 

 

                                                                                          김철이  

 

 왕눈이와 몽땅이는 수심 0~250m인 지역에서 생활하며 165,200,000km의 면적과 평균 수심 4,280m를 두루 돌며 느리고 따뜻한 해류로 태평양의 북위 40°~50°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북태평양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여행했어요. 바다가 넓은 만큼 볼거리도 많았던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왕눈이와 몽땅이는 어느덧 일곱 살이 되었어요. 물고기 나이 일곱 살이면 다 자란 성어이며 암컷과 수컷 물고기가 짝을 지어 엄마 아빠가 될 준비를 해야 할 나이였어요. 일곱 살이 된 왕눈이와 몽땅이도 왕눈이의 형제자매들과 북태평양을 둥지로 삼아 살아가는 갖가지 물고기들의 축하를 받으며 혼례식을 치르고 엄마 아빠가 될 준비를 시작했고요. 이 무렵부터 왕눈이와 몽땅이 둘 사이에 작은 다툼도 일기 시작했어요.

 

몽땅아!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려면 고향으로 가야 하는데 어쩌지?”

뭘 어째? 가면 되지.”

어디로?”

좀 전에 네가 고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잖아

그게 아니라 누구의 고향으로 가냔 말이야.”

왕눈이 너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이제보니 정말 답답한 물고기네. 누구의 고향은 우리의 고향으로 가야지

어유! 맹꽁이 누가 그걸 몰라? 가야 할 고향이 둘이니까 탈이지

! 고향이 둘이라니?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긴. 네가 태어난 포항 형산강과 내가 태어난 강원도 한탄강 얘기지

~ 그거라면 당연히 내가 태어난 형산강으로 가야지

몽땅이 넌 무슨 영양가 없는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니. 고향엘 가려면 마땅히 물이 드맑고 깨끗한 한탄강 내 고향으로 가야지

왜 내 고향 형산강 물은 구정물이래? 내가 떠난 일곱 해 동안 똥물로 변하기라도 했다던?”

어유~ 좀팽이 내 말의 뜻은 그게 아니란 말이야.”

! 좀팽이? 아니 너 어릴 때 형제자매들이 몸집이 작고 볼품없다며 놀려대던 내 별명을 어떻게 알았어?”

호호호 정말? 네 별명이 좀팽이였어?”

그래! 꿈에도 듣기 싫어했던

미안 알고 했던 말은 아니니 이해해줘

그건 문제가 되지 않으니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선 왜 굳이 왕눈이 네가 태어난 한탄강으로 가야 하는 건지 알아듣게 설명해줘

내가 얘기하기 전 좀 전에 굳이 형산강으로 가야 한다고 우겼던 이유부터 말해줄래?”

그건 말이야. 내가 태어났던 고향인데 이곳 북태평양으로 내려온 지 일곱 해 동안 어떻게 얼마나 변했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어서 말이야.”

몽땅이 너도 우리에게 닥쳐올 운명을 알고 있었던 거야?”

무슨 운명?”

우리 연어는 엄마 아빠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곤이들을 남겨둔 채 세상과 영영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 말이야.”

그건 연어라면 죄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

슬픈 일이지만,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형산강으로 가야 한다는 이유가 가보고 싶다는 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 그건 우리가 이곳에서 그 먼 곳까지 가는 사이 숱한 천적을 만날 거잖아?”

그야 각오해야지

그래서 말인데 수많은 천적을 피해 고향엘 가려면 한탄강보다는 좀 더 가까운 형산강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몽땅이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그건 또 무슨 말이니?”

나중에 딴말하지 말고 잘 들어?”

내가 언제 군말하는 거 봤어.”

좀 전에 네가 했던 말처럼 우리가 고향엘 가는 도중에 방해꾼인 천적이 많을 거잖아?”

그래서?”

네 말대로라면 너랑 나랑은 네가 태어난 형산강으로 갈 테고 한탄강에서 나랑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은 당연히 한탄강으로 가지 않겠니?”

그건 그렇겠지

그럼 너랑 내가 둘만이 고향엘 가는 길에 천적을 맞닥뜨리거나 네 고향인 형산강에서 알을 낳고 수정시키는 사이 게걸스러운 누치 떼라도 달려들면 우리 둘이서 당해낼 수 있을까?”

왕눈아! 미안해 난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어.”

 

 왕눈이의 깊고 넓은 생각을 뒤늦게 알아차린 몽땅이는 왕눈이를 바라볼 면목이 없이 당장 게 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어요.

 

 

 

26. 왕눈이 고향을 가다.

 

 왕눈이와 몽땅이는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왕눈이가 태어난 한탄강으로 가기로 마음을 모으고 왕눈이와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과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가면 안전하게 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를 열었어요.

 

얘들아! 얼마 후면 우리가 멀고 먼 고향엘 돌아가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숱한 천적들의 위협을 피해 안전하고 무사하게 갈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보자

 

왕눈이가 여러 형제자매에게 각자의 생각을 물었고 형제자매는 제각기 의견을 말했어요.

 

대왕조개들에게 부탁해서 민물 입구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하면 어떨까?”

그건 불가능할 것 같은데

?”

지금 멸종위기에 놓인 대왕조개들이 우리를 한 마리씩 담아 나를 만큼의 숫자가 될까. 설령 그 숫자가 된다 해도 대왕조개들의 도움으로 민물 입구까지 간 이후부턴 어떡할 건데? 고향 문턱에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며 어슬렁거릴 곰을 비롯해 민물에도 널린 게 우리의 천적인데

난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네

또 누가 좋은 방법 있으면 얘기해 보렴

바닷속 초식동물이라 우리를 해칠 염려도 없으며 성품도 온순하다고 소문난 듀공 아저씨께 부탁해서 바다가 끝나는 지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면 안 될까.”

그건 더더욱 안될 방법이야.”

그건 왜 또 안된다는 거니?”

잘 들어봐 듀공 아저씨가 초식동물이니 온순해서 좋긴 한데 우리를 호위하며 고향으로 가던 도중에 듀공 아저씨의 천적인 상어나 범고래 바다악어라도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듀공 아저씨라도 분명히 우리만 두고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지 않을까?”

그것까진 미처 생각 못 했네.”

또 다른 의견 없니?”

이런 방법은 어떨까.”

어떤 방법인지 몰라도 이번엔 좋은 의견이 나왔으면 좋겠네

수천 마리인 우리 머릿속에서 뾰족한 방법이 나오질 않으면 어떻게.”

얘들아! 내 생각대로 해보면 어떨까?”

그래 우리 중에 가장 지혜로운 왕눈이 네가 얘기해 봐

우리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될 거야

어떻게 말이니?”

우리 수천 마리의 몸을 하나로 뭉쳐 육식 어룡으로 만드는 거야

육식 어룡? 왕눈아! 그건 또 뭔데?”

~ 육식 어룡은 말이야. 이억 오천만 년과 이억 구천만 년 사이에 바닷물 속에 살았던 파충류인데 몸집이 거대하게 크고 생김새가 여니 물고기가 보기에 아주 무섭게 생겼대

그럼 왕눈이 네 말은 우리 수천 마리의 몸을 하나로 뭉쳐 어룡의 형체로 보이게 하자는 거잖아?”

그렇지. 그것도 어룡 중에 가장 몸집이 거대하고 무섭게 생긴 육식 어룡인 엘라스모사우루스로 만들자는 거지.”

그게 가능할까?”

우리 한 마리 한 마리의 몸을 바싹 붙여 둥글게 만들어 한 동작 한 동작을 같은 시간에 조금도 흐트러지거나 어지러움 없이 고향까지 입도 떼지 않고 헤엄쳐 가는 거지. 다른 물고기들이 보고 느끼기에 우리의 몸통이 대왕고래나 향유고래보다 무섭게 보일 수 있게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왕눈이가 내놓은 방법대로 수천 마리의 연어가 한 몸체로 뭉쳐 왕눈이와 몽땅이를 비롯해 왕눈이의 형제자매들이 마음과 몸을 하나로 만드는 연습을 며칠에 걸쳐 이어갔어요.

 

 마침내 며칠에 걸친 연습에 이어 왕눈이 일행이 태어난 한탄강으로 돌아가기로 정한 날이 밝아왔고 왕눈이 일행은 일사불란하게 고향 갈 준비로 분주했어요.

 

우리 모두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해. 우리가 고향 가는 일을 무심히 스쳐 갈 물결조차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야 우리의 천적인 육식 고래, 바다사자, 바다표범 등을 따돌릴 수 있을 거야

 

 수천 마리의 연어 떼가 한마음 한 몸이 된 채 일곱 해 동안 북태평양 드넓은 바다를 둥지 삼아 친하게 지내 온 친구들조차 눈치채지 못하게 고향 갈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물고기들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어요.

 

얘들아! 너희 오늘 무슨 날인데 이렇게 아침부터 야단법석이니?”

오늘이 우리 연어 마을 대청소 날이라 보다시피 다들 이렇게 분주하잖니. 너희도 짬 나면 우릴 좀 도와줄래?”

싫어! 우리 마을 청소도 다들 귀찮아 미루는 통에 곳곳에 물때와 이끼가 끼어 냄새가 진동하곤 하는데 너희 마을 대청소를 도우라니

 

 지능지수가 0.3인 물고기들은 대청소란 말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혼비백산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고 말았어요. 왕눈이 일행은 빙긋이 웃으며 고향 갈 준비를 서둘렀어요. 수천 마리의 연어 떼가 한 마리의 거대한 육식 어룡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몸과 마음을 모아준 덕분에 몸통은 육식 고래, 바다사자, 바다표범과 비슷하지만, 생김새가 육식 고래, 바다사자, 바다표범보다 몇 배로 무섭고 사나운 육식 어룡이 탄생했어요. 수천 마리의 연어 떼가 둥글게 뭉쳐 사나운 육식 어룡의 머리와 몸통과 여섯 지느러미와 꼬리 역할을 나누어 맡았어요.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리고 흩어지지 않게 몸과 마음을 하나로 뭉쳐야 해. 잠시 후면 출발해야 하니 말이야.”

 

 왕눈이의 가르침에 따라 수천 마리의 연어 떼는 거대한 지느러미와 보름달만큼이나 큰 눈과 뾰족한 입과 보기만 하여도 크고 무시무시한 몸통을 지닌 어룡으로 변신했어요.

 

왕눈아! 염려 마 우린 완전 준비 끝났어. 왕눈이 일행은 왕눈이의 지시로 고향 한탄강을 향해 북태평양을 나섰어요. 북태평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어의 천적이자 몸집이 거대한 물고기들과 맞닥뜨릴 때마다 수천 마리의 연어 떼가 한 마리의 무서운 사경룡으로 돌변한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가 하면 무서워 슬금슬금 뒤꽁무니를 빼기가 일쑤였어요.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한순간 방심하는 틈에 무시무시한 바다표범과 맞닥뜨린 거였어요. 바다표범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두려웠던 연어 떼는 본능적으로 술렁였어요.”

큰일 났어. 바다표범이 눈치챘나 봐.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오는 걸 보면 말이야.”

! 앞서가지 말고 우리가 한 몸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누구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아야 하며 재채기는 물론 숨소리도 죽여야 해. 바다표범이 말을 걸어올 양이면 죄다 나 혼자 대답할 테니 아니나 다를까 왕눈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기양양한 육식 고래가 다가와 건방진 말투로 물었어요.

! 넌 여태 못 보던 물고긴데 어디서 온 누구냐?”

넌 누군데 처음 보는 내게 거친 말투로 말을 건네는 거니?”

. 정말 내가 누군지 몰라? 바다의 제왕 바다표범인 걸 말이야?”

아하! 네가 그 악명높은 바다표범이냐? 힘 약하고 작은 물고기들만 골라 괴롭힌다던

! 너 누군데 그렇게도 겁대가리 없이 건방을 떠냐 너 정말 혼나볼래

바다표범 너야말로 혼나기 전에 미리 달아나는 게 좋을 거야

어유! 기막혀 너 이리와 아무래도 혼이 좀 나야겠어.”

혼 내킬 때 혼 내키더라도 내 이름이나 들어보고 나서 혼 내키지그래. 나중에 눈물 콧물 다 흘리며 후회하지 말고

얼씨구 점점 좋다 좀 있으면 넌 내게 혼이 나 입도 달싹 못할 테니 마지막으로 네 이름이나 들어주마. 그래 네 이름이 뭔데?”

난 육식 어룡 엘라스모사우루스야.”

육식 어룡? 엘라스모사우루스?”

너 내 이름 들어본 적이라도 있어?”

뻥 치고 있네. 요즈음 세상에 어룡이 어디 있어? 너 지금 날 놀리는 거지?”

무식하긴 그러니 물고기 대가리란 소릴 듣지.”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물도 흐르고 시대도 흐른다는 말은 너도 들어봤을 테지?”

그 말이야 당연히 들어봤지. 누굴 정말 무식쟁이로 보냐!”

그런데도 모른다니 이 어룡 장군님이 가르쳐줄 수밖에 지금은 힘세고 덩치 큰 물고기 시대가 아냐

그럼 지금은 어떤 시댄데?”

그야 당연히 우리 어룡의 시대지. 숱한 세월 동안 힘 약한 물고기만 골라 괴롭혀 온 너희 바다 포유류 동물들을 혼내주기 위한 시대란 말이야. 못 믿겠으면 우리 둘 힘 대결이라도 해볼까?”

. 아냐 충분히 믿으니 제발 달려들지만 마.”

 

 당당한 왕눈이의 말과 행동에 바다표범은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쳤고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바다표범을 물리친 연어 떼는 바닷물이 들썩일 정도로 환호성을 질렀어요.

 

 또 한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긴 왕눈이 일행은 한층 더 조심스러운 걸음을 옮겼어요. 북태평양에서 자란 연어사리 왕눈이가 성어의 몸으로 북태평양 베링해를 거쳐 고향인 대한민국 한탄강을 향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수천만 리 검푸른 파도를 거슬러 올라 폭포처럼 아래로만 연이어 흐르는 바닷물과 민물을 거슬러 힘겹게 헤엄쳐 올랐어요. 엄마 아빠께 받았던 큰 사랑을 자신이 낳고 수정시킬 곤이들에게 되돌려 주는 한편 모천회귀(母川回歸)의 대자연 섭리와 이치를 이루려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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