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무정한 밤배(1967)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kLgpGD1vPkQ
노래 이야기
1960년대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한 작곡활동을 펼쳤던 대표적인 작곡가 중에는 홍현걸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대중가요 작곡가로 데뷔한 후, ‘꽃집 아가씨','검은고양이 네로’,‘꿈길’,‘해뜨는 집’,'‘녹슬은 기찻길’,‘바람아 구름아’ 등의 다양한 장르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분인데요.
트롯 풍의 7음계 음악인 이지리스닝 음악의 정착에 한몫을 하셨고,
한국 대중가요의 세계화에도 앞장서셨던 분이었죠.
오늘 소개해드릴 노래 ‘무정한 밤배’ 역시 작곡가 홍현걸 선생님이 1963년에 작곡한 노래인데요. 원래는 ‘이시스터즈’선배님이 불렀지만,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967년 패티김 선배님의 목소리를 통해서 였습니다.
이 노래를 패티김 선배님이 부르게 된 데는 숨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1964년 ‘미도파 레코드사’에서 발표한 이미자 선배님의 ‘동백 아가씨’가 무려 34주 연속 인기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성공을 거두자, 라이벌 회사였던 ‘신세기 레코드사’에서도 자극을 받아 ‘동백 아가씨’에 대응할 노래를 취입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소속가수였던 ‘패티김’선배님에게 ‘무정한 밤배’를 부르도록 하는데요.
패티김 선배님은 처음에는 평소 자신의 노래스타일과 달랐기 때문에 이 노래를 선뜻 부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신세기레코드사에선
거액의 취입료를 제안하면서까지 패티김 선배님에게
꼭 이 노래를 부르도록 겨우겨우 설득했는데요.
지금 얘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시절 이미자 선배님과 패티김 선배님은
라이벌 관계로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데뷔시기도 같은 데다가 나이대도 비슷하고, 이미자 선배님이 트로트의 여왕으로 한국적인 정서가 강한 노래를 주로
불렀다면, 패티김 선배님은 스탠다드 팝 위주의 세련되고 서구적인 정서가 짙은 노래들을 불렀죠. 게다가 대중성 측면에서도, 이미자 선배님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여성상의 가수였다면, 패티김 선배님은 세련되고 도시적인 분위기였기에 완전히 상반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요. 이런 이유로, 언론이나 대중들은 항상 두 분을 라이벌 관계로 묶어서 비교했습니다.
그 당시 기자와 가요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두분도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어서 함께 공연을 하게 되면, 누가 맨 마지막 무대에 서느냐로 신경전을 벌인 경우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함께 토크쇼에도 출연하고, 2010년에는 고인이 된 박춘석 작곡가의 추모 프로그램에서 패티김 선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신 적도 있습니다.
"나는 대중가수지만 이미자는 국민가수다. 나랑 비교하기 힘들다." 라고 말 하시면서
오랫동안 전해진 세간의 라이벌 경쟁설을 일축 시켰는데요.
세간에선 ‘라이벌’이라고 바라봤지만, 실제로 두분은 어쩌면 긴 가수생활을 해오면서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서로를 동반자로 느끼지 않았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여자의 운명은 사랑이기에
이 생명 다하도록 맹세했건만
무정한 밤배는 내 님을 싣고
허무한 내 마음을 울려만 주네
아 아
울리는 마음도 아프겠지만
울고있는 가슴도 쓰리답니다
눈물의 밤배는 내 님을 싣고
다시는 못올 길을 떠나가네
다시는 못올 길을 떠나가네”
김령인 선생님이 작사하고, 홍현걸 선생님이 작곡한 ‘무정한 밤배’는 패티김 선배님의 색다른 창법과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데요.
뜻밖에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신 시절 동안 금지곡으로 선정되는 악재를
맞이합니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언론을 통제하던 유신시절에는 예술계와
대중가요계까지도 규제의 손길이 뻗어왔고요. 특히, 대중가요는 대중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강한 통제를 받게 됩니다. ‘예술문화윤리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안보와 국민총화에 나쁜 영향을 주는 곡, 외래풍조의 무분별한 도입과 모방, 패배적이고
자학적인 노래, 선정적이고 퇴폐적인 가요 등을 선정해서 금지조치를 내리게 되는데, 그 중에 ‘무정한 밤배’가 포함이 된 겁니다.
사실, 이 노래 가사 어디를 봐도 금지곡이 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운명을 걸고 사랑한 사람과의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곡이며, 이 정도 내용이면
웬만한 대중가요의 기본정서였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이 금지곡으로
선정된 것은 ‘패배적이고 자학적인 노래’라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사랑은 이별과 실연이 기본인데, 그것을 패배적이고 자학적이라고 해석했다는
사실에서 유신시절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막무가내식 규제가 많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1987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금지곡에서 풀려난 ‘무정한 밤배’는
훗날 이미자 선배님도 리메이크해서 불렀고요. 현철 선배님을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부르는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는데요. 마음 시려오는 이 가을. ‘무정한 밤배’를 감상하시면서 사랑과 이별의 애달픈 정서를 온 마음으로 느껴보셔도 좋을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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