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글쟁이

松竹/김철이 2021. 10. 23. 01:11

글쟁이

 

                       松竹 김철이  

 

 

글쟁이 오십여 년

남은 건

엿 한 가락 바꿔먹지 못할

허상뿐

 

하늘이 내린 축복일까

힘겨운 이 땅의 저주일까

애꿎은 원고지

갖은 화풀이 다 하더이

 

부엉이 벗을 삼아

야밤을 대낮처럼 지새우던 시절도 있었고

풀리지 않는 글줄을 잡은 채

젊음을 불사르던 시절도 있었지

 

잔주름 자글거리는 얼굴에

검은 머리 파뿌리 되어 자라는 글귀

 

동무여 고맙구나

한 생을 벗하며 살았으니

인생의 강나루 건널 적에

내 품에 안겨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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