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
松竹 김철이
글쟁이 오십여 년
남은 건
엿 한 가락 바꿔먹지 못할
허상뿐
하늘이 내린 축복일까
힘겨운 이 땅의 저주일까
애꿎은 원고지
갖은 화풀이 다 하더이
부엉이 벗을 삼아
야밤을 대낮처럼 지새우던 시절도 있었고
풀리지 않는 글줄을 잡은 채
젊음을 불사르던 시절도 있었지
잔주름 자글거리는 얼굴에
검은 머리 파뿌리 되어 자라는 글귀
동무여 고맙구나
한 생을 벗하며 살았으니
인생의 강나루 건널 적에
내 품에 안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