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산책길

주현미 - 단골손님 (1972)

松竹/김철이 2021. 6. 25. 09:44

주현미 - 단골손님 (1972)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YZNPvDb_Nn8

 

 

 

 

 

 

노래 이야기

 

1972년 발표된 조미미 선배님의 곡 '단골손님'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제목부터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이 노래가 발표된지 벌써 50년이 되었네요. 불행히도 우리의 추억 속 '단골손님'이라는 이미지는 유감스럽게도 많이 퇴색된 것 같아요.

 

단골 식당에 들어서면 의례히 '이모'를 외치던 우리 남정네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친척 집에 방문한 듯 자연스럽게 음식을 주문하고 얼큰히 취한 채로 이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귀가하던 사람들의 풍경은 비단 50년전으로 거슬러 갈 필요도 없이 우리의 기억 속에 생생히 자리잡고 있지요.

 

2021년이 되어 다시 불러보는 '단골손님',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에게는 조미미 선배님과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신 이인권 선생님 모두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이라 더욱 큰 의미가 있답니다. 세월이 흘러 이 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오실 땐 단골손님 안 오실 땐 남인데
무엇이 안타까워 기다려지나
달콤한 그 말씀도
달콤한 그 말씀도 오실 때는 좋았지만
안 오시면 외로워지는
안 오시면 외로워지는 아 단골손님
그리워라 단골손님

 

오실 땐 단골손님 안 오실 땐 남인데
어느새 정들었나 기다려지나
살며시 손을 잡던
살며시 손을 잡던 그날 밤이 좋았기에
오늘 밤도 기다려지는
오늘 밤도 기다려지는 아 단골손님
그리워라 단골손님"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여인의 독백으로 시작되어 마지막까지 그녀의 노래로 끝이 납니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 가요의 정서를 비스름히 내보이는 듯하지만 "단골"이라는 단어 하나가 주는 의미는 이 노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단골'이라는 말이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해집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신라의 골품제도인 ‘성골(聖骨)’과 ‘진골(眞骨)’은 지금도 친숙하지만 '통일신라'시대 고구려의 멸망 이후 30년만에 이끌어 낸 저항정신은 698년 발해를 건국하기에 이르고 '단골(檀骨)'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다고 해요. 국가의 시초를 ‘단군(檀君)’에게서 찾던 고구려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단어'의 선택이었을지 모르겠네요.

 

한편으로 우리가 어렸을 적 흔히 듣던 '당골네' 혹은 '당골레'라는 말이 기억나시나요? 노래로도 희화해 불렀던 이 '당골네'라는 말은 사실 동네 무당(巫女)을 표현하는 방언이었어요. 가족, 진로, 결혼 등 결정해야 하는 일을 목전에 둔 사람들은 무당을 찾아갔고 그렇게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찾는 이 '무당'이 지금의 '단골'이 되었다는 주장도 있답니다.

 

여러분들께는 어떤 '단골손님' 혹은 '단골 술집'이 있으신가요? 표준국어사전에서는 '단골'을 '늘 정하여 놓고 거래를 하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에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나, 우리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단골'은 거래 관계라 보기엔 더욱 큰 친근함이 있지 않나요? 단순히 케케묵은 과거의 것이라 치부하기엔 아직 그 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넥타이는 반쯤 풀어 헤치고 까치담배에 잔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 시절의 가장들. 수많은 파도를 헤치고 오늘 이 노래를 함께 공유하는 여러분들이 바로 이 노래의 '단골손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