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수채화
松竹 김철이
갖은 모양의 추억들이
몇 방울 비로 떨어져
대지 위에 초목 같은 모습으로
갖은 영혼 터전 삼아 무수히 쌓여간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세상 모든 생명의 모정이 되어
잘 나고 못 난 것 구별 없이
공평하게 내리는 하늘의 큰마음 닮아
아무리 작고 미물 같은 존재라 하여도
늘 변치 않는 향기로 남기로 원하신
그 가르침의 물줄기 따라
음계조차 분명치 않을 물의 소나타 악보를 적겠네
인간사 모든 진리 놓아야 얻는 법
정녕 놓을 수 있는 법을 배우려
비 오는 날에
내 마음 허공에 묶어 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