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松竹 김철이
심술궂은 시어머니
눈 밖의 며느리가 볼수록 언짢아서
변덕이 가마솥 죽 끓기라
여우비 이른 봄 임맞이 닮은 모습으로
어린 봄 숲에 내리누나
멀리서 들려오는 소나기 하소연이
허공을 새로 질러
구멍 난 물동이를 가출한 물방울들
모심는 농심으로 볍씨를 심어가듯
고목 숲 언저리에
명목 모를 줄을 잇더라
걸식으로 주린 배 채워갈 거지 신세
애써 면케 해준 그 은혜는 뒷전에 미뤄놓고
제 본분 잊은 채로
벼 이삭 이불 깔아 길게 누운 가을 허수아비
허황한 가슴 숲에 가랑비 처량하구나
무슨 사연 그리 많아
어제는 활짝 웃던 초겨울 높은 하늘이
오늘은 울고 싶어
제빛 표정 너부러지게
살 언 장미꽃 붉은 숲에
진눈깨비 희게도 내리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