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松竹/김철이 2020. 12. 3. 02:30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우리 귀에 익숙한 반석 위의 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는 표현 속의 집은 반석 위에 지은 집입니다. 그 집의 반대편에는 모래 위에 세워진 집이 있었습니다. 두 집은 모두 비와 바람 속에 있습니다. 무섭게 불어난 물이 바람을 만나 온통 집 전체를 뒤집듯 밀어 댑니다. 그 물 속에 무너지지 않은 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반석 위의 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곤 합니다. 반석 위에 집을 지었으니 하느님이 보호해주신다고 굳게 믿으며 이제 어떤 시련도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굳건하게 자신이 바위 위에 있음을 자랑합니다. 곧 그는 하느님을 믿기에 우리에겐 시련이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야기 속 집은 비바람에 상채기를 입습니다. 물도 밀려들고 세찬 바람에 집은 이곳 저곳 상할 수 있습니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과 아무런 피해도 없었다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세상 모든 곳에서 신음이 흘러나오고 아픔과 좌절의 시간이 덮쳐 있습니다. 당장 다가온 피해에 다른 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진 것이 힘겹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모두가 겪어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이 시련이 물러갈 것을 알고 우리는 아무런 대책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서로를 위하는 행동으로 이 위기에서 서 있을 방법과 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위험한 세상 위에서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음을 압니다. 그래서 바람도 비도 피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해를 기다리는 법을 알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위 위의 집에 선 집과 모래 위의 집은 같은 비를 맞고 같은 바람에 맞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와 바람을 피하는 요행이 하느님의 은총이라 생각해선 안됩니다. 우리는 굳건한 바탕 위에 서서 위기의 세상을 구하려 손을 내밀고 상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해야 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도 비는 옵니다. 그 비가 불어 물이 넘쳐 밀어닥치고 바람까지 불어 왜 이런 시련을 겪는지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동아줄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굳건한 바위 위의 집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하느님을 닮은 사람들의 모습이고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넘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큰 시련 속에서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