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살아요

헤드업

松竹/김철이 2020. 10. 24. 02:55

헤드업 

 

                                      김철이

 

 

100을 넘나드는 초보 골퍼가

거의 매 홀을 슬라이스와 훅으로 고전하며

숲속의 가시덤불과 험한 언덕을 번갈아 넘나들었다.

 

무거운 골프 백을 어깨에 메고 뒤따르는 캐디 역시 땀을 뻘뻘 흘려댔다.

 

마지막 18홀의 티 샷 역시, 타석에서 멀지 않은 연못에 빠지고 말았다.

캐디를 돌아본 그는 그때 서야 비로소 미안함을 느꼈다.

 

"정말 댁한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군.

차라리 내가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말까? 진심이라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던 캐디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글쎄요, 선생님. 연못으로 빠지는 그 순간까지

.

.

.

.

.

.

.

헤드업(head-up)을 안 하시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어림도 없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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