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松竹/김철이 2020. 9. 29. 09:11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SazPTo95AEk

 

 

대천사들의 날입니다. 하늘 군대의 미카엘, 말씀의 가브리엘, 치유와 인도의 라파엘. 천사들은 하느님을 우리와 이어주는 사명을 지닌 이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하느님을 보여주고 우리는 그들의 보호 아래 길을 잃지 않고 깨달음과 실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복음 속 예수님은 당신을 몰라보는 나타나엘을 보십니다. 당신의 출신을 두고 무시하려 했던 이를 보시면서도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을 몰라봤으니 무시할 법도 한데 말입니다. 

 

나타나엘은 자신과 너무 다른 주님의 반응에 묻습니다.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우리는 자주 하느님이 우리를 모르신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고해를 위해 들어온 자리에도 마치 하느님도 모르시는 듯 자신의 속사정을 풀어 내기도 하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할 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내가 알고 머리와 가슴으로 품었던 이야기들을 마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어 놓듯이 말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기도도 신앙에 대한 생각들도 세례 이전 그분을 몰랐던 때로 돌아간 듯 행동합니다. 그래서 곧잘 우리는 하느님을 세상의 잣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그저 희미한 희망이나 무조건 매달려야 하는 대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을 마주하고 있는 천사들에게 늘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으로 당신을 알려주십니다. 천사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악에서 구해주며, 위로와 함께 하느님의 뜻으로 인도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보호를 받으며 하느님 안에서 살고 우리를 이미 아시는 하느님께 뒤늦게 깨닫고 놀라며 살아갑니다. 

 

자신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하는 나타나엘에게 예수님은 이 이유를 깨닫게 되리라 말씀하십니다. 하늘과 천사들의 목격은 그가 결국 만나고 있는 분이 누구신지 그리고 그분에게서 무엇을 알고 느끼게 될지 미리 알려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늘 보고 계십니다. 그리고 가만계시지 않고 우리에게 언제나 가깝게 오십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하지만 우리 주변엔 언제나 전하시는 말씀과 보호가 또 위로와 인도가 함께 한다는 것을 품어 생활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아십니다. 그러니 그분의 천사들이 알려주는 이 신호들을 알아들으려 노력하는 부지런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