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松竹/김철이 2020. 9. 26. 07:53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jC8svPZ83xY

 

 

예수님의 생애를 알고 있는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쉽게 떠올립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생애를 마치 고통의 삶으로 착각하는 일들도 자주 경험합니다.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것이 고통과 인내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예수님이 겪으신 그 고통은 삶의 마지막에 이 세상에 그분께 드린 것일 뿐 예수님이 그 십자가로 향한 삶은 우리 모두의 기쁨의 순간들이었습니다. 

 

복음 속 제자들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하신 일에 환호하는 속에 있습니다. 그분을 칭송하고 거룩하신 하느님을 찬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들떠 있는 가운데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이 사건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나 당시의 제자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기적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모두 기뻐하며 신기해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그것이 세상의 권력자나 힘있는 이들에게 베풀어진 것이 아니었기에 주님은 반대받는 표적이 되셨습니다. 목자 없는 양과 같은 백성을 돌보시고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 준 것이 고통의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주님을 둘러싼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환호했으나 그들은 주님의 죽음을 막을 수 없는 힘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희망이 주어진 것이 죽을 죄가 되었고 그 공포를 만든 이들의 의도가 지금 우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도 주님처럼 살지 못하게 하려고 주님과 백성들의 기쁨을 고통 안에 가두어 버린 사람들의 생각에 우리도 영향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그 길을 따르는 것은 기쁨과 행복한 길입니다. 선하게 살고 사랑하는 것에서 고통을 떠올리는 것은 주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한 제자들만큼 상상할 수 없는 역설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생애를 아는 우리는 이제 주님의 말씀을 좀 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사랑의 주님을 세상이 어떻게 대했는지를 잘 기억하고 주님의 기쁨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우리가 되고 세상이 또 다시 우리에게 어떻게 하려고 할지 알고 마주하는 용감한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