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ein_AC4NOVQ
예수님의 또 한 번의 "깨어 있어라"는 말씀 속에 오늘은 아들을 만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채로 태어난 한 아이에게 기다림은 필요하지 않은 개념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고 누렸으며 모든 이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행복한 삶이 그에겐 허락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그에게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는 부족함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필요나 노력은 그의 인생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름'이 필요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늘 이 기름을 채워주려 한 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에게 필요한 것을 알았던 유일한 분이었던 어머니는 그 아들의 등불에 필요한 기름을 눈물로 또 기도로 흘려 보냈습니다.
아들은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그가 어리석은 처녀와 같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심지어 그가 신랑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알지 못했던 이 아들은 삶에서 우연과 같이 만났던 스승으로부터 등잔을 받아들게 됩니다. 수많은 학문을 배우고 종교에 몰두했으나 알지 못했던 하느님을 만났고 자신의 모든 삶을 놓고 돌아설 수 있었던 이 아들은 그 순간 세상에서 받았던 모든 것을 놓고 하느님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의 화려한 삶은 부끄러움이 되었고 일시에 버려야 할 가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준 어머니의 눈물을 기름으로 삼아 불을 켜고 신랑이신 주님을 만나 그 모든 일들을 우리에게 전해준 소중한 신부가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기름을 준비할 수 있었던 사람. 세상에는 그가 처음부터 가졌던 것들을 부러워하며 사는 이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서 그의 삶은 누군가에겐 억울함일 수도 부러움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늦은 회개를 아는 이들은 그의 후회를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보다 먼저 깨달을 수 있다는 것, 그의 후회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아듣는 것이 필요한 우리입니다.
등잔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졌으니 자꾸 되돌아보지 말고 기름을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애를 쓰는 우리가 됩시다. 이 아들이 우리를 축복하고 부러워하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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