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연중 제19주일 강론

松竹/김철이 2020. 8. 9. 09:51

연중 제19주일 강론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하느님의 말씀이 들려오는 영역입니다. 들뜬 마음이나 흥분한 내면에는 참된 진리가 자리잡기 힘듭니다. 격분한 사람이나 증오에 사로잡힌 사람이 올바른 분별을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합니다. 잔잔한 호수에서 미세한 바람의 떨림이 물결로 느껴지듯이 우리는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주님은 진정 평화를 말씀하신다

그러면 주님이 말씀하시려는 것, 아니 주님이신 분의 존재 자체가 실은 평화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는 거짓된 삶의 방식에서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일시적인 만족과 쾌락은 우리에게서 결국 평화를 빼앗아가는 일이 허다합니다. 참된 평화는 오직 진리에 충실한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입니다. 수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에게 올바로 붙어있는 이들은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완전한 평화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계시는 하느님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레 그 참된 평화를 주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가까이 와 계신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세상을 다시 하느님과 화해하게 만들고자 우리에게 선물된 구원자이십니다. 워낙 조용히 소리내지 않고 찾아오셔서 마음이 깨끗한 이들만이 그분의 참된 가치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동족을 위한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다가도 결국 평화를 주시는 분에게 마음을 돌이킵니다.

 

나 주님께 바라네. 주님 말씀에 희망을 두네.

이제 우리의 마음은 참된 평화를 구분하고 그 평화를 주시는 분에게 집중되도록 초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만나는 방법은 바로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어 복음 안에서 생각지도 않은 영역에서 주님을 만나는 제자들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먼저 예수님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곤할 것 같은 제자들을 먼저 보내고 군중도 당신이 직접 돌려 보내십니다. 예수님은 바삐 일하시는 분이시고 누구보다도 더 많이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낸 후에는 따로 기도하는 시간, 즉 하느님을 마주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예수님은 잔잔한 호수가 되고 하느님의 뜻을 더욱 확실하게 듣고 깨닫는 상태가 됩니다.

반면 제자들은 딴판입니다. 그들은 배에서 풍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생존의 기본 욕구가 용솟음치고 그만큼 사안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나 나아가 서로에 대한 사랑이나 형제애조차도 생각할 겨를도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평화가 사라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예수님이 다가오십니다. 평화가 없는 그들은 구원자이신 분 마저도 두려움이 됩니다. 그래서 유령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나 평화이신 분은 그들에게 다가와 용기를 주고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하십니다. 사실 우리는 세상에서 더 많은 힘을 얻어서 두려움을 없애려고 합니다. 돈을 더 비축해서 권력의 정점에 올라서 두려움을 없애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 분별없는 사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조용하게 하느님의 진리에 대해서 묵상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평화를 얻는 법입니다.

베드로는 이런 세상 풍파 속에서 주님을 신뢰하는 미약한 신앙인의 표상입니다. 그리고 주님을 믿어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일, 즉 물 위를 몇걸음 걷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믿음은 너무나 약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 때문에 의심이 다가오고 그만 혼돈을 상징하는 물에 빠지고 맙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나날이 믿음을 키워가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요소들은 그 반대로 우리를 자극합니다. 즉 우리가 믿음을 버리게 되도록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를 도와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힘들때 우리는 신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신앙에 더 단단히 붙들어 매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우리를 어리석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래야 우리가 신앙에서 멀어질테고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바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을까요? 환난일까요? 박해일까요? 대상포진일까요? 우리는 우리의 약함으로 오히려 하느님의 강함을 선포하는 데 훌륭한 증거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작아져야 하고 그분은 더욱 커지셔야 마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