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松竹/김철이 2020. 8. 6. 01:30

"그들이 눈을 들어 보니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0NBpQX4OIzQ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주님의 생애 중 단 한번 원래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신 듯 한 장면에 우리는 열광합니다. 소위 '본색'을 보여주시듯 하얗게 변하시는 예수님은 해처럼, 빛처럼 모습이 변하십니다. 

 

우리도 사람들에게 '진짜', '진면목' 등의 표현으로 사람이 지닌 특기와 특징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 사는 주님이셨지만 그분의 진짜 모습을 본 듯 좋아하는 우리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때를 제외하고는 늘 우리 안에서 우리처럼 입고 말하고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진짜모습이 이 빛과 같은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 심지어 이 모습은 당신의 부활사건 이전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실인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이 이 모습을 우리가 보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는 것인데 우리는 지금 주님의 진짜 모습이라고 말하며 우리도 이런 모습이 되리라 기대하고 꿈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축일은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마치 예수님이 영화 속 영웅처럼 겉모습을 감추며 사신 것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웅의 영화는 그 진짜 모습이 언제쯤 나올까 하며 일상적인 모습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어리석고 엉뚱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망토가 나오거나 특별한 모습으로 활약할 때 우리는 환호하고 놀랍니다. 예수님도 그렇게 그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축일이 지니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진심은 그리고 구름 속에서 들린 하느님 아버지의 뜻은 화려한 모습이 아닌 늘 그렇듯 당신 홀로 우리 안에서 계시던 예수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구름이 걷히고 모세도 엘리야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남은 예수님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산을 내려가십니다. 

 

그 드물게 드러나는 진짜 모습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우리의 삶은 산 위에서 진짜로 빛나신 예수님과 너무 반대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발견해주기를 바라고 나도 나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기회'를 바라는 우리이기에 더욱 그렇게 여겨집니다.

 

만약 별다를 것이 없는 예수님과 빛나는 예수님을 두고 어느 편을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기회를 준다면 이미 빛나는 주님 앞에 서 있는 우리의 선택은 과연 일상의 주님을 선택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런 당신을 당신의 모습으로 선택하셨다는 것이 문제가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