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제자들에게 데려가 보았지만 그들은 고치지 못하였습니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IG9aSauoxAY
"진짜 저런 신부님이 있나요?", "신부님도 검은 사제들처럼 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들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농담처럼 하는 질문들과 답이 오고갔지만 그 중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은 마귀들림이나 구마가 사실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귀가 있음이 사실이고 그래서 마귀들림이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일은 드뭅니다. 그래서 그것이 아주 특별한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마귀들림은 아주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우리는 공포와 두려움의 영화 한 편처럼 이어지는 것을 상상하게 되지만 그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마귀들은 그 기괴한 사연과 모습을 통해 사람을 지독한 외로움으로 몰아갑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마귀들림의 사람보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누구도 함께 하지 못하게 만들어 본인에게는 낙인을 찍어버리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가려 사귀게 하거나 멀리하는 태도를 줍니다.
영화처럼 거품을 물고, 이상한 말을 하고, 기괴한 모습과 힘이 세진 모습, 성수를 무서워하고, 이상한 상황 인식 등으로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것은 사람을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는 다시는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고 그 때문에 사람을 멀리한 기억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 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사람에게서 나가는 마귀들을 사람을 흔들어 놓고 거품을 물게 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입니다. 마귀가 나가면 정화가 되고 깨끗한 상태가 되지만 사람들은 그런 사람의 마지막 장면을 사진처럼 기억하며 다시는 그 곁으로 가려 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무슨 능력자인듯 그를 대하는 간큰 사람이거나 능력자일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빠지지 않는 사명과 주신 능력이 '더러운 영에 대한 능력'이었습니다. 곧 마귀를 쫓아내는 능력이 마치 기본 기능처럼 주어집니다. 그런데 오늘 그 사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제자들의 실망스런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런 제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믿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고 두렵지만 우리가 기억할 것은 주님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무슨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하느님이 결코 사람이 그런 위험을 겪는 것을 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사랑을 믿어야 합니다. 그것을 마귀에게 증언하고 하느님 앞에서 그 행동과 잘못을 심판받도록 외치는 것, 그래서 사람을 구하고 안아주는 것이 마귀를 쫓아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마귀가 보여주는 아주 유치하고 효과적인 것에 홀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 사이에 불신과 이기심으로 인해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사랑할 수 없게 하는 것이 마귀가 가장 좋아하는 것입니다. 또 마귀가 사람의 약점을 건드리면 사람은 스스로 무너진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는 데 이것이 한 두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고 괴롭히는 것보다 보다 더 효과적이고 좋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귀를 쫓아내는 믿음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것과 우리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힘이나 능력으로 마귀를 대적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를 버리지 않으심을 증언하고 그 사람은 결국 구원되리라는 것을 믿고 사랑해줄 때 마귀는 물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능력의 천사였다는 마귀를 무지무능한 사람이 맞서는 것은 하느님 모상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고 그 속에 하느님의 모습이 새겨져 있음을 기억하고 사랑의 능력으로 하느님을 드러낼 때 가능해집니다. 하느님에게서 우리에게 내리는 모든 은총과 능력은 힘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겨자씨만한 이 믿음으로도 그것은 충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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