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松竹/김철이 2020. 8. 10. 08:23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w5JiBSvj0Pw

 

 

온 천지에 물 소식이 가득합니다. 마른 장마를 말하던 몇 년간의 시간은 거짓말인듯 계속되는 비 소식이 반갑지 않은 시기에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갑니다. 집을 잃은 사람들, 이래저래 어려운 여건 속에 있는 이들의 처지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다행이라 말해야 하는지, 하느님께 감사만 해도 되는지 모를 상황입니다. 

 

밭에 뿌려진 밀알이 한 알 그대로인지, 아니면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피우는지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밀알이 자신을 지키려 한다면 그는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외피를 꼭 붙들고 그렇게 자신이 지켜지는 것을 다행이라 감사하며 지낼 것입니다. 그러나 그 형태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밀알은 땅과 땅을 부여잡고 위로는 햇살을 맞이하며 세상에 생명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러기 위해 '자신'이라는 가장 두꺼운 벽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자신이 잊혀지더라도 말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고 그 뜻을 알려주신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함'이 아닌 그분이 그리 하셨듯 우리도 그렇게 살고 그것 안에서 하느님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심지어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구원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것이지 우리의 노력으로 얻어 내는 것이나 평가 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진리를 따라 살아가고 그것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 내용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미 구원 상태에 있는 사람인 듯 행복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전혀 바뀌지 않습니다. 그분의 생애가 한 번 뿐이듯 그 가르침도 바뀔리 없고 그래서 세상이 아무리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해도 주님은 언제나 사랑의 자리에 계십니다. 그것도 우리가 앞서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앞서시고 우리가 따르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있는 곳, 그리고 그 사랑이 필요한 곳에는 이미 주님이 함께 하십니다. 우리가 그곳을 향하는 순간이 밀알이 껍질을 깨는 순간입니다. 언제나 그 변하지 않는 순서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만 그럼에도 그 곳에선 부끄러움보다 행복함이 우리를 찾아 올 것입니다. 

 

세상 곳곳에 사랑이 필요한 자리가 넘쳐나고 힘겨움의 호소가 들려 올 때 우리의 자리는 바로 그곳이어야 합니다. 주님과 함께 머무는 것, 밀알이 자신을 버리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