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동방박사가 방문했을 당시에

松竹/김철이 2020. 7. 29. 08:33

동방박사가 방문했을 당시에

 

                                          겸손기도 마진우 요셉 신부님

 

 

동방박사가 방문했을 당시에 예루살렘에 모여 있던 율법학자들과 사제들은 말 그대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한껏 자신들의 기득권과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동방에서 다가온 박사들이 '새로 나실 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헤로데왕은 충격을 받고 명령을 내리고, 그제서야 율법학자들과 사제들도 발바닥에 불이 떨어졌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을 한다.

 

헤로데 임금은 그 밑에서 빌붙어 살아가는 이들이 바라는 세속 권력의 정점을 의미한다. 사실 신앙은 헤로데가 있어도 없어도 살아도 죽어도 계속되는 것이다. 하느님에게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하느님으로부터 나신 아기 예수님에 대해서 예루살렘의 지도층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권력에 기댄 이들은 자신이 기대고 있던 세속 권력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교회는 위기라는 이야기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신자의 감소, 선교 열정의 감퇴, 성소자의 부족...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다. 그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별다른 문제나 없이 지속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항상 윗선을 탓하면서 저들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할 일이 없다고 핑계를 돌려오곤 했다.

 

헌데 이제 코로나가 다가왔다. 이 코로나는 각 본당마다 신자수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서 본당 재정 현실이 뒤바뀌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교회 자체의 현세적 위기도 함께 느껴질 정도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서야 슬슬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굼뜨다. 입에 들어가는 밥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태평하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목동들은 알고 있었다. 예수님이 어디에 나셨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늘의 천사들도 알고 있었다. 동방에서 아주 작은 별빛을 길잡이로 삼아 여행을 떠나온 박사들도 알고 있었다. 신앙은 그렇게 흐르고 있고 완성될 것이다. 하느님은 성실하신 분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