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松竹/김철이 2020. 7. 30. 08:28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8hUIy1im1EE

  

 

밭의 가라지의 비유와 고기가 가득찬 그물의 비유에는 심판을 받게 되는 악인들이 등장합니다. 주님의 심판에 선과 악의 기준에 판결이 나고 하늘나라와 지옥으로 갈라지는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가르침입니다. 누구나 하늘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기에 사실 지옥에 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지만 아주 오랫동안 우리가 지옥에 대한 공포와 걱정을 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곧 지옥일 수밖에 없지만 그보다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믿음을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읽으며 그런 우리의 생각을 어지럽게 만드는 구절 하나를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가라지로 표현되는 악의 자녀들도 그물에서 던져지는 나쁜 고기들도 그들에게 내려진 판결에 대한 한결같은 반응입니다. 나쁘게 살았다면 당연히 그들은 그 결과가 좋지 않겠지만 억울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그들은 자신들이 지옥에 갈 이유가 없다는 태도입니다. 그들의 억울함의 이유를 알려주는 표현이 복음에 등장합니다.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그 그물 속에서 판단받는 이들이 모두 '의인들'로 표현되는 것은 그들이 분명 그들을 의인으로 여기고 살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들을 판단하는 것은 천사들 곧 하느님 곁에서 하느님의 기준을 지닌 천사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사람은 자신이 의인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이런 판단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곧 우리가 간단히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악인들 말고 의인들이라고 말하는 이들 안에서의 판단이 그물 속에 가득한 고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의인들 속에 좋고 나쁨은 어떻게 가려낼까요? 그것은 밭의 가라지 비유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곧 다른 이를 죄짓게 만드는 이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이들입니다. 말로는 사랑과 의로움을 말하면서도 삶으로 사람들을 죄를 짓게 만드는 이들과 스스로도 잘못으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현실에서 너무 익숙한 모습들입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이들을 생각하기 이전에 이 말씀을 하느님의 뜻을 아는 이들 안으로 좁혀 우리는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은 반성이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 삶의 전환이 필요한 내용입니다. 신자라고 말하면서 삶의 순간에 자신을 위해 다른 이들이 죄를 지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람들. 자신의 잘못을 다른 이에게 미루거나 상대적인 차이를 죄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힘과 권력으로 자신들의 폭리나 폭력을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 삶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둔갑시키는 사람들은 이 말씀을 잘 들어야 합니다. 

 

"울며 이를 갈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우리의 반성은 하느님을 몰라서 세상의 풍파에 휩쓸려 사는 사람들을 포함할 이유 없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몰랐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는 우리가 어떤 입장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들어야 할 것입니다. 

 

때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걱정되어서 약한 이들에게 이런 말씀들을 돌리려고 합니다. 그럴 때 우리의 잘못은 더욱 더 커진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