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QRxZiDy2QIc
예수님의 비유를 만나다 오랜만에 예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예수님의 말씀 속에서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살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도 살필 수 있었습니다. 밀농사와 밭을 일구고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으며 살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다 고향에 돌아오신 예수님을 고향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목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 가족들의 이름도 등장하며 예수님이 그곳에서 어떤 분이셨는지 드러납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두번씩이나 언급되는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어디서 저런 지혜와 기적의 힘을 얻었을까?"
"그런데 저 사람이 어디서 저 모든 것을 얻었지?"
첫 표현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놀란 사람들이 예수님이 보여주신 놀라운 것들을 열거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이것은 기존의 예수님에게서 볼 수 없었던 것이란 표현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표현은 예수님이 목수의 아들이며, 마리아의 아들이며 그 형제들을 열거한 후의 표현이어서 예수님은 도무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확실한 표현이 됩니다.
하느님의 백성이지만 그 때에도 사람의 삶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뜻을 다시 판단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에서 우리는 하늘나라를 배우지만 그 소재와 내용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이렇게 표현하는 사람들 속의 예수님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곧 예수님의 생활과 삶. 그리고 그분의 제자들과 그분의 수난과 죽음의 형태가 왜 그렇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 당신의 고장에서 드러나고 있음을 봅니다.
사람들의 편견은 참 지독합니다. 만약 예수님이 돌아오셨을 때 어떤 자격이나 힘을 지니고 오셨다면 사람들은 어쩌면 경사로 받아들이고 주님에게 예루살렘 입성 때의 모습을 취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채 돌아온 이에게는 그에게 주신 하느님의 말씀도 은총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냥 아픈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사람들의 태도를 알기에 마음이 더욱 아프기만 합니다. 고향에서 한숨처럼 발길을 돌리셔야 했던 예수님. 인정받지 못한 사람의 억울함이 아닌 사람들의 그 완고함과 상처입은 삶이 더 힘겨우셨을 듯 합니다.
가난하고 힘 없는 자녀로 태어나 사회와 교회가 만들어준 권위 위에 얹혀 사는 이의 한숨을 벗어나지 못하는 복음의 내용입니다. 무슨 말을 한다고 누구에게 위로가 되고 누구에게 회개의 메세지가 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찾아드는 한숨의 깊이에 글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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