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바리사이들이 그 말씀을 듣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아십니까?”

松竹/김철이 2020. 8. 4. 03:40

“바리사이들이 그 말씀을 듣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아십니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제자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이야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곧 조상들의 전통을 어겼다는 것이고, 그 내용은 바로 '더러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먹기 전 치러야 하는 정결례를 거치지 않은 제자들은 더러운 손으로 음식에 손을 대었습니다. 

 

백성의 지도자들의 지적은 문제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주의를 기울여 생활해야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 내용이 문제가 되기보다 옳다고 말해야 할 겁니다. 손을 씻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소위 '상식'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많은 사람들을 불러 그 대답을 대신 하십니다. 

 

 

“너희는 듣고 깨달아라.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제자들의 행동은 분명 수정되어야 합니다. 그들의 부주의함은 고쳐져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스승들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더러운 것인가?'하고 말입니다. 제자들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공격한 말 속에서 사람마저 더러운 것으로 몰아세우는 그들의 마음에 답하신 것입니다.

 

곧 '손이 더럽다고 사람이 더러운 것은 아니다'가 예수님의 답이었고, 거기에 그런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의 혀가 더러운 것이라는 지적을 더하십니다. 

 

그들의 말이 잘못이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 비뚤어졌음을 지적하신 것입니다. 조상들의 전통은 분명 모두를 위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사람을 죄인인 듯 더러운 듯 표현하고 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그들의 분노를 일으켰을 겁니다. 예수님이 그들의 마음을 아시고 그에 대한 답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정당함과 올바른 지적에 그들의 숨은 마음을 드러내신 주님에게 그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이 일의 발단이 된 어리석은 제자들이 말합니다. 

 

 

“바리사이들이 그 말씀을 듣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아십니까?”

 

 

상대적으로 의인이었고 백성의 지도자들이었던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신 예수님은 아예 그들 앞에서 당신의 분명한 기준을 세우십니다. 곧 하느님이 세우신 것만을 따르겠다는 의지와 사람의 것과 하느님의 것을 뒤섞어 사람을 판단하고 자신들의 자리를 세우는 이들이 그들 스스로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신 것입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인도자와 그들을 따라나선 위험천만의 사람들이 어떻게 될 것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구렁인지 알 수 없는 그들의 모습을 이야기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그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말은 무섭고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그런 이들 앞에서 주님의 말씀으로 위안을 얻고 힘을 내는 우리의 분명한 태도와 삶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못마땅해 할 것이 분명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