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 그 살타는 냄새는
松竹 김철이
오뉴월(五六月) 저녁 땅거미 어스름 지고
꽁지에서 삐져나온 묽은 안개빛 노을은
무더운 여름밤을 예고나 하듯
초저녁 소쩍새 등창에
구슬땀을 절로 맺히게 한다.
진종일(盡終日) 놀아도 못다 놀았는지
모깃불 연기 사이 누비는
동네 개구쟁이들 해맑은 웃음소리
때늦은 밤마실을 다닌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초가(草家)집 정지 간에서 외출 나온
배추 시래깃국 냄새
숨겨둔 이웃 처녀 보쌈이라도 하려는지
월장(越牆)하려다 말고 고개를 돌린다.
왜일까?
죄다 속셈은 하나
여염(閭閻)집 석쇠 위 살 태우는
시절 놓친 꽁치의 살생성인 정신이 눈물겨워
밤바다 등댓불로 살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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